자영업자든 중소기업 대표든, 명함 한 장 파는 순간 곧바로 형사처벌 리스크 앞에 서게 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고용·노동 분야 법률 곳곳에 ‘사용자(사업주)를 직접 처벌 대상으로 적시한 조항’이 촘촘하게 박혀 있어서다.

경영계는 “실수나 행정 착오 수준까지 형사처벌 범주에 넣은 과잉 규제”라며, 징역형 위주의 형벌 구조를 행정제재 중심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고용·노동 관련 형벌 조항 357개…그 중 233개가 ‘사장님’ 겨냥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내놓은 ‘고용·노동 관련 법률상 기업 형벌 규정 현황’ 분석에 따르면,
고용 안정, 차별 금지, 근로기준, 노사관계, 산업안전보건 등 5개 분야, 25개 법률 안에 형사처벌 조항이 모두 357개나 존재한다.

이 가운데 사용자를 직접 처벌 대상으로 명시한 조항이 233개, 비율로는 약 **65%**에 이른다.
단순히 사업장이 법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행위 주체와 별개로 대표 본인이 곧바로 형사 책임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25개 법률 중에서 사용자 처벌 규정을 담고 있는 법은 19개로 집계됐다.
노동관계법을 조금만 건드리면, 어느 조항에서든 “사업주 처벌”로 연결되는 구조가 깔려 있다는 의미다.

■ 근로기준법, 72개 형벌 조항 중 68개가 ‘사업주 처벌’

세부적으로 보면 근로기준법이 가장 강력한 형벌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법에 실린 형벌 조항은 70개가 조금 넘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이 사업주를 대상으로 하는 조항으로 분류됐다.

또한

· 중대재해처벌법,

· 채용절차 공정화 관련 법,

· 남녀고용평등법

등 일부 법률은 애초에 사업주만을 형벌 대상으로 특정하고 있다.
현장에서 벌어진 위법 행위의 직접 행위자뿐 아니라, 고용주를 ‘공범’ 수준으로 끌어들이는 구조가 제도적으로 고착화된 셈이다.

■ “과태료로 충분한 사안까지 징역형”…형벌 268개가 징역 규정

경총은 현행 고용·노동 관련 형벌 체계를 두고 “행정제재로도 충분히 통제가 가능한 경미한 위반까지, 과도하게 형사처벌 대상으로 끌어들였다”고 지적한다.

실제 분석에 따르면, 357개의 형벌 조항 중 268개(약 75%)가 징역형을 제재 수단으로 포함하고 있다.
즉, 상당수 조항이 벌금형을 넘어 자유형(징역형)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규정을 숙지하고 지키기 위한 ‘컴플라이언스 비용’이 급증하고,

대표 개인은 사법 리스크를 상시 떠안은 채 투자·고용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경총은 특히, 양벌규정(행위자 외에 법인·사업주까지 함께 처벌하는 규정)이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사실상 ‘사업을 한다’는 행위 자체가 형사책임 후보군에 들어가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 “형사처벌 만능주의, 투자·고용 의욕 꺾어”…규제 방식 손질 필요

경영계의 문제의식은 단순하다.
노동자를 보호하고 직장 내 불공정 관행을 없애자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모든 것을 형사처벌로 해결하려는 틀”은 오히려 일자리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1단계: 행정지도·과태료 등 비형사 제재 중심으로 운용
→ 반복·악의적 위반에 한해 형사처벌로 전환

양벌규정은 최소 범위로 제한
→ 실제 위반 행위에 책임 있는 주체를 중심으로 처벌

형량·처벌 수위 합리화
→ 다른 경제 관련 법률과의 균형 재검토

경총은 정부가 이미 ‘성장전략 TF’를 통해 경제 분야 형벌체계 정비 논의를 시작한 만큼, 고용·노동 관련 법령의 형벌 구조도 이번 논의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 보호라는 목적은 유지하되, “사업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든 형사 피의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은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감옥 갈 각오로 창업?”이라는 자조가 나오기 전에

우리 사회는 창업과 혁신을 입으로는 장려하면서도, 실제 법·제도에서는 사업주를 잠재적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구조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동자 보호와 기업 활동의 자유는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선택지’가 아니라,
제도 설계에 따라 충분히 조화될 수 있는 목표다.

형사처벌 중심에서 예방·지도·행정제재 중심으로의 전환,
그리고 책임 주체를 정확히 겨냥하는 정교한 법 체계 설계가 이루어질 때,
“감옥 갈 각오로 창업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말도 서서히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