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갑에서 안 나가는데…”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망가뜨리는 진짜 주범들
자동차보험 시장의 손해율이 다시 치솟고 있다. 보험료 인하 압박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 급등 현상의 배경에는 의료기관·정비업체·가입자가 얽혀 있는 복합적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남의 돈’이라는 인식이 만든 도덕적 해이가 비용 왜곡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 특정 환자에게 몰리는 진료비…평균의 5배
국내 주요 손해보험 4개사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보험금 상위 3% 자동차사고 환자에게 지급되는 진료비는 1인당 약 470만 원대로 나타났다. 전체 가입자 평균(약 90만 원)의 다섯 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 비정상적 쏠림 현상은 단순 사고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일부 의료기관이 자동차보험을 수익 모델화하며 필요 이상 입원·시술을 권유한 영향이 적지 않다.
특히 한방 분야의 진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침·부항·약침·첩약을 한 번에 묶어 청구하는 이른바 ‘세트 청구’ 비중이 5년 새 급증, 전체 한방비용의 70% 가까이를 차지했다. 자연스레 총 진료비 규모도 대폭 불어났다.
MRI도 남용 조짐이 뚜렷하다.
대형 보험사 평균 MRI 촬영률이 7%대인 반면, 특정 한방병원은 30%를 훌쩍 넘는 4배 수준을 기록했다. ‘환자 선호’라는 설명으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다.
■ 수리비도 ‘부르는 게 값’…같은 파손에 두 배 차이
의료비뿐 아니라 대물보험(자동차 수리비) 지급액도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지급액이 23% 이상 늘며 10조 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정비업계의 과잉 청구 관행도 문제로 꼽힌다. 수리비는 기본적으로 공임 × 표준 작업시간 방식으로 산정되지만, 일부 업체가 이를 무시하고 작업시간을 자의적으로 확대하는 사례가 잦다.
예를 들어, 동일 차종·동일 파손임에도
A 업체는 약 44만 원,
B 업체는 82만 원,
C 업체는 스프레이(실제 시중가 3만 원)를 쓰고 11만 원 이상 청구한 사례까지 확인된다.
고객이 “내 돈 아니니까”라며 과다 청구를 방치하는 관행도 문제를 키운다.
■ 가입자도 책임 있다…“내 돈 아니지만 결국 내 보험료로 돌아온다”
보험업계는 의료기관이나 정비업체의 책임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보험금은 결국 모든 가입자의 보험료에서 나온다.
불필요한 입원·치료·수리를 고객이 스스로 묵인하는 순간, 이는 전체 시장의 손해율 악화로 이어지고 향후 보험료 인상의 원인이 된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 사기 중 병원 치료비 부풀리기 규모가 1년 새 120억 원 넘게 증가했다고 밝히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브로커와 결탁해 허위 입원을 하면 가입자 본인이 보험사기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 결론: “3자 구조의 도덕적 해이”가 시장을 흔든다
자동차보험은 ‘피해자 보호’라는 취지로 설계된 제도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병의원·정비업체·가입자 모두에게 ‘내 지갑에서 직접 나가는 돈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며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부풀고 있다.
보험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 세트 청구·MRI 남용 등 고위험 의료기관 집중 관리
· 표준작업시간 준수 여부 점검 및 정비요금 투명화
· 가입자 대상 교육 강화: 잘못된 청구에 동조하면 결국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인식 확산
· 보험사·금융당국·의료·정비업계의 공동 감시 체계 구축
도덕적 해이가 구조적으로 반복된다면 손해율 악화는 불가피하고, 이는 곧 보험료 인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