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연이어 인력 조정을 단행하고 자영업 경기가 장기 부진에 빠지면서, 생계의 방향타를 잃은 중년층이 배달 플랫폼으로 몰리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40~50대가 주요 배달 파트너 앱에서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며, 노동시장 전반의 구조 변화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3년 만에 두 배로… 배달 플랫폼 뛰어든 중년층
데이터 분석업체와 플랫폼 업계의 통계를 보면, 4050세대의 배달 라이더 활동은 눈에 띄게 늘었다.
대표적인 배달 파트너 앱의 중년층 월간 이용자 수는 2022년 대비 올해 두 배 가까이 불어났고, 또 다른 플랫폼 역시 비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부업 수요 증가가 아니라, ‘생계형 전환’이라는 성격이 짙다. 과거에는 시간제 투잡이나 여가 수입을 목표로 이용하던 중년층이 많았다면, 최근 증가세는 소득 감소 혹은 실직으로 인한 ‘필수 노동’에 가까운 경향을 띤다는 데 의미가 있다.
■ 실직·폐업·권고사직… 막다른 선택지의 현실
중년층의 배달업 진입 확대는 노동시장 전반의 경고등이 켜졌음을 보여준다.
폐업과 도산이 이어지는 자영업 시장, 비용 절감을 명목으로 한 기업들의 구조조정, 중·장년층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재취업 환경 등이 모두 겹치며 일자리를 잃은 4050세대가 급증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채용 플랫폼의 중년층 이용자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추가 수입’이 필요한 단계가 아니라, 생활비를 감당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한 층이 늘고 있음을 반영하는 신호다.
전문가들은 “기존 직장에서 밀려난 중년층이 갈 수 있는 노동시장의 폭이 좁아지면서 배달, 단기근로 등 즉시 수입이 가능한 일자리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적 압박과 고용 경직성이 맞물린 전형적인 구조적 변화”라고 진단한다.
■ ‘쉬워서 가는 일자리’가 아니라 ‘남아 있는 마지막 일자리’
배달 라이더 증가를 단순한 ‘유연한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신규 진입 장벽이 낮고 즉시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치면 곧바로 소득이 끊기는 구조, 늘어나는 경쟁, 불규칙한 수요와 같은 리스크 역시 큰 편이다.
그럼에도 4050세대가 배달 시장으로 향하는 이유는 결국 “선택지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정규직 재취업이 어려운 중년층 노동시장의 고질적 문제까지 더해지며, 생계형 배달업 진입은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 고용구조 변화의 ‘경고음’
최근의 흐름은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취약 지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중년층이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단기 플랫폼 노동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사회안전망 부담과 노후 빈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층 맞춤형 재취업 프로그램 강화 ▲직업 전환 교육 확대 ▲배달노동 안전망 구축 등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