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주도한 러시아와의 평화협정 초안에 동의했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안에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합의를 마무리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미국 주요 방송사들이 전했다.
미 CBS·CNN 방송은 25일(현지시간)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측이 미국이 마련한 중재안의 핵심 골격에 동의했으며, 남은 것은 일부 세부 조항을 정리하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관리와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가 평화안의 ‘핵심 조건(core terms)’에 대해 공통의 이해에 도달한 상태다. 아직 조정 중인 세부사항이 남아 있지만, 큰 틀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 측 평화안에 사실상 합의했다는 것이다.
CNN은 우크라이나가 협정의 기본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평화협정 체결까지는 여전히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우메로프 서기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미국·유럽·우크라이나 3자 협의를 언급하며 “평화 제안의 핵심 조건에 대해 공통의 이해를 이뤘다”고 밝히고, “유럽 파트너들의 지원을 기대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11월 안에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최대한 빠르게 잡아 최종 단계를 완료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협정을 체결하길 바란다”고 언급해, 이달 내 워싱턴에서 최종 서명 절차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합의 움직임은 미국이 비공개로 진행해 온 우크라이나 평화 구상 논의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제네바 회담에서 28개 조항으로 구성된 초기 평화안을 19개 조항으로 줄이는 수정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이 ‘레드라인’으로 제시해온 일부 요구사항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육군장관 댄 드리스콜은 제네바 협의 직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 이동해 러시아 측과 전쟁 종식을 위한 별도 회담에 착수한 상태다.
다만 러시아의 최종 입장은 여전히 변수다. CNN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합의됐던 조건과 근본적으로 다른 내용이 담긴 수정 중재안이라면 러시아는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조율한 19개 조항의 최종안에 대해 러시아가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에 따라, 평화협정 추진 속도와 향후 전황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CBS는 아부다비에서 진행 중인 회담과 관련해 러시아 측의 즉각적인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며, 미국과 우크라이나도 구체적인 조항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우메로프 서기는 미국·우크라이나·러시아가 참여한 아부다비 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평화 제안의 핵심 조건에는 동의했지만 모든 조건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전쟁 종식을 향한 외교적 모멘텀은 형성됐지만, 영토·안보보장·제재 완화 등 민감한 쟁점은 여전히 협상 테이블 위에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에 접어든 가운데, 이번 미국 중재 평화협정 구상이 실제 서명과 이행 단계까지 이어질 경우 전쟁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러시아의 최종 동참 여부, 우크라이나 내 여론과 정치권 반응, 유럽 동맹국들의 지지 수준 등 여러 변수들이 남아 있는 만큼, 워싱턴에서 예정된 젤렌스키–트럼프 회동이 어떤 ‘최종 문구’를 만들어낼지가 향후 국제 정세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