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갖고 내년 상호 방문 계획과 주요 현안을 두루 논의했다. 지난 10월 말 한국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한 달여 만에 이뤄진 첫 통화로, 내년 미·중 정상이 상대국을 오가는 ‘왕복 정상외교’가 현실화되는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운영하는 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시 주석과 매우 좋은 통화를 했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문제, 펜타닐, 대두(콩)를 포함한 농산물 등 다양한 의제를 다뤘다”고 소개했다. 그는 시 주석의 초청으로 내년 4월 베이징을 방문하겠다고 밝혔고, 동시에 “내년 하반기 시 주석을 미국 국빈 방문 형식으로 초대했다”고 언급해 내년 중 두 차례의 미·중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음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과의 관계는 매우 강력하다”고 강조하면서, 지난달 한국에서 타결된 미·중 간 무역 합의 이행과 관련해 “양측이 합의 내용을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이제 더 큰 틀의 구상을 논의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언급은 기존 관세·무역 갈등 완화를 넘어 전략·안보 현안까지 협력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중국 정부 역시 이날 통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중국 외교부는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 등 국제 현안과 더불어 지난달 한국 회담에서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은 통화에서 대만 문제를 별도로 꺼내 들며, 대만이 중국으로 편입되는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질서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역설했다. 중국 관영 언론에 따르면,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2차 대전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미국은 중국에 있어 대만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지 잘 이해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이 지난달 부산 회담에서는 대만 문제를 공개 의제로 올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통화에서 중국이 다시 대만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을 시사하면서 일·중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중국이 미국을 향해 ‘대만은 전후 질서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재차 상기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시 주석은 “양측이 구속력 있는 평화 협정을 조속히 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며 정치적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의 긍정적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며 양국의 협력 확대를 주문했다.

양국은 앞서 무역 합의에 따라 미국이 중국산 전 품목에 부과하던 펜타닐 관련 관세를 20%에서 10%로 인하하고, 중국은 1년 동안 희토류 수출 제한을 유예하는 동시에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하기로 한 바 있다. 이번 통화는 특히 희토류 수출 재개와 관련한 세부 조율이 진행되는 시점에 이뤄져, 경제·통상 현안도 집중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국에 다시 수출할지 여부도 검토 중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잠재적인 수출 재개 결정을 위해 다양한 참모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며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위에서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 하반기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미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무역·우크라이나 전쟁·대만 문제·첨단 기술·공급망 등 각종 현안에서 미·중 간 힘겨루기와 협상이 한층 더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