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핵심 인사가 12월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다시 언급하며, 연말 통화정책 기조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물가 흐름이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고용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자, 연준 내부에서도 ‘위험관리 차원의 추가 인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 월러 이사 “고용 약화 계속…0.25%p 인하가 적절”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공개 연설에서 “최근 몇 달간 노동시장의 온도가 빠르게 식고 있다”며 “오는 12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수준의 추가 인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향후 발표될 고용지표가 인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완화적 스탠스를 명확히 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물가 재상승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일부 제기됐지만, 월러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을 위험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고 본다”며 이를 일축했다. 그는 물가보다 노동시장 둔화가 더 구조적인 위험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 9~10월 인하 이어 세 번째 인하?…연준 내 온도차는 여전
연준은 올해 9월과 10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각각 0.25%p 인하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준금리는 제약적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추가 인하를 둘러싸고 매파와 비둘기파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매파 인사들은 “물가가 완전히 목표 근처에 안착하지 않았다”며 신중론을 유지하는 반면, 월러 이사와 스티브 마이런 이사는 연내 ‘한 차례 더 인하’에 무게를 둔다. 다만 마이런 이사가 0.5%p 인하를 거론한 반면, 월러는 “0.25%p가 현실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 “제약적 정책은 저소득층 소비 위축시켜…보험성 인하 필요”
월러 이사는 또 “높은 금리 수준은 중·저소득층 소비자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12월 인하가 경기 하방 리스크를 완충하는 ‘보험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셧다운 여파로 일부 통계 공백이 존재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공공·민간 데이터를 조합하면 미국 경제 흐름을 판단하는 데 충분하다”고 말했다.
■ 한국 주식시장에 주는 시사점: ‘급격한 인하보다 완만한 인하가 더 유리’
미국의 금리 움직임은 한국 증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월러 이사의 발언은 연준이 ‘예방적 인하’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신호로 해석되며, 이는 한국 시장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① 기술·성장주에 우호적 환경 형성
미국 금리가 완만하게 내려가면
글로벌 유동성이 서서히 회복되고
AI·반도체·2차전지 등 한국의 주력 성장 섹터로 자금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AI·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 수혜주처럼 장기 투자 테마는 ‘금리 부담 완화 → 밸류에이션 부담 줄어듦 → 투자심리 회복’의 순환이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② 원·달러 환율 안정 효과
미국의 ‘0.25%p 소폭 인하’는
갑작스러운 환율 급등 위험 없이
안정적인 달러 약세 흐름을 유도할 수 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주식 재진입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에 외국인 순매수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③ 과도한 경기침체 우려는 오히려 완화
연준이 인하를 ‘침체 대응’이 아니라 ‘보험성 인하’로 강조한 점은 시장에 긍정적이다.
이는 “미국 경제가 급격히 나빠져서 인하는 것”이라는 공포를 줄이고, 위험자산 선호도를 유지하게 만든다.
④ 한국 은행·보험주에는 제한적 영향
한국 금융주는 미국의 완만한 인하가
급격한 금리 스프레드 축소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타격이 제한적이고 오히려 안정적인 금리 흐름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종합 평가
월러 이사의 12월 인하 지지 발언은 시장에 ‘연준이 경기 하방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는 신호를 준다.
0.25%p 완만한 인하는 한국 증시에 우호적이며, 특히 반도체·AI·성장주 중심으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단, 미국 내부 의견이 아직 완전히 수렴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연말까지 주요 지표 변동성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 시장 기준으로는 “급격한 금리 인하보다 서서히 완화되는 흐름”이 더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전반적으로 위험자산 선호도를 높이는 재료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