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추진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고위 당국자가 해당 사안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9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 중인 헤그세스 장관은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단과 만나 “한국은 전투 현장에서 믿을 수 있는 동맹이자 훌륭한 파트너”라며 “전작권 전환은 매우 올바른 방향의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 방어에서 손을 떼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한국은 충분한 역량과 의지를 갖춘 나라로, 이제는 더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안보 전략과 맞닿아 있다. 미국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동맹국이 스스로의 방위를 강화하도록 유도하는 기조다. 한국이 자국의 군사 작전권을 스스로 행사하는 것은 이러한 방향성과 일치한다는 분석이다.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은 1950년 6·25 전쟁 중 유엔군 사령관에게 이양된 이후, 1978년 창설된 한미연합군사령부로 넘어갔다. 이후 1994년 김영삼 정부 때 평시 작전통제권이 한국군으로 환원됐지만, 전시 작전권은 여전히 한미연합군사령관이 보유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미국 측과 세부 일정을 논의 중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아시아판 나토(NATO)’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며 “미국은 한국, 일본 등과 각각 양자 및 삼자 협력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 최근 일부 외신이 보도한 ‘미국이 새 국방전략(NDS)에서 일본은 포함하되 한국과 대만은 방어선 밖으로 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계획은 들은 바 없으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서반구 방어 역량에 집중한다고 해서 중국 견제 노력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동맹국들과의 협력 강화는 여전히 미국의 핵심 안보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한미동맹 내에서 ‘자주국방 강화’와 ‘동맹 역할 분담’이라는 두 축이 본격적으로 병행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전작권 전환이 현실화되면, 한국 방위산업과 군사 기술 자립을 위한 국방예산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