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과 세법 개정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그동안 낮은 밸류에이션에 머물러 있던 지주회사(지주사) 업종이 내년을 기점으로 재평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가에서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도 변화가 주주가치 중심의 지배구조 전환을 촉진하고,
기업의 자본 효율성 향상과 주주환원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상법 개정 3단계…‘지배구조 투명화’와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
정부와 국회는 올해 2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를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 전체’로 확대하고,
집중투표제 도입을 통해 경영진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높였다.
현재 추진 중인 3차 개정안의 핵심은
기업이 매입한 자사주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자사주가 오너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악용되던 관행을 차단하고,
주식 수를 줄여 주주가치 희석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감에서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했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여전히 1.1배 수준에 머무르는 이유는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만 하고 소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상법 개정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 세법 개편으로 배당 매력도 상승…주주환원율 35% 전망
세법 개정 방향도 지주사에 우호적이다.
정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를 검토 중이다.
이는 배당 수익을 다른 소득과 분리해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방식으로,
도입 시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주 투자 유인이 크게 강화된다.
흥국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 예상 평균 주주환원율은 약 35%로, 올해보다 10%p 증가할 것”이라며
“지주사들이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를 병행하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디스카운트’ 해소에서 ‘프리미엄’ 부여로
그간 국내 지주사들은
복잡한 지배구조, 순환출자, 자사주 보유 등으로 인해
순자산가치(NAV) 대비 주가 할인(지주사 디스카운트)을 받아왔다.
하지만 상법·세법 개정이 동시에 이뤄지면
이 같은 구조적 할인 요인이 점진적으로 해소될 전망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책 추진력과 주주환원 강화 기대가 맞물리며
지주사 전반의 할인 구간이 해소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시장 상승세 속에서 자회사 가치가 늘어나고,
할인율 축소가 더해지면 지주사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 프리미엄 지주사 조건: ROE·소각률·ESG
전문가들은 향후 지주사 간 ‘프리미엄 차별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간 밸류에이션 격차는 이행력에서 갈릴 것”이라며
다음 세 가지를 핵심 변수로 꼽았다.
· 자본효율성: ROE(자기자본이익률), 배당성향, 자사주 소각률
· 지배구조 투명성: 독립이사 비율, 공시 수준, ESG 평가 등
· 정책 연계성: 정부의 밸류업 로드맵과의 일치 여부
그는 “법·제도의 기반은 이미 마련됐다”며
“이제는 각 지주사의 실행 속도와 투명성이
프리미엄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결론: 제도는 깔렸다, 실행이 프리미엄을 만든다
상법·세법 개정은 단순한 법률 변경이 아니다.
이는 한국 자본시장이 ‘지배구조 중심 시장’에서 ‘주주가치 중심 시장’으로
이행하는 흐름의 신호탄이다.
2025년은 지주사 업종이
‘디스카운트’에서 ‘프리미엄’으로 전환되는 원년이 될지
시장의 눈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