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9일 오후, 경북 경주가 세계 외교의 무대가 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시 마주 앉는다.
지난 8월 말 워싱턴DC 회담 이후 불과 두 달 만으로, 역대 한미 정상 간 최단 주기 재회다.

이번 회담은 단순한 외교 의례가 아니라, 관세 협상·투자금 운용·한미동맹 현대화 등
한미 간 주요 경제·안보 현안을 동시에 다루는 ‘트리플 어젠다 회담’으로 평가된다.

■ ‘3,500억 달러 협상’의 실마리 찾기

가장 큰 관심은 단연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금 운용과 수익 배분 문제다.
양국은 최근 몇 달간 투자금 회수 방식과 관세 우대 조항을 놓고 교착상태를 이어왔다.
이번 정상 간 회담에서 구체적 합의가 도출될지는 미지수지만,
정상 간 직접 대화가 ‘탑다운(Top-down)’ 방식의 돌파구를 열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당장 공동 합의문 도출은 쉽지 않다”며 신중한 기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향후 한미 통상 질서의 새 기준선을 제시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APEC 의장으로서의 이재명…‘다자 외교의 중심’에 서다

이 대통령은 전날 APEC 의장 자격으로 경주에 도착했다.
오늘 회담 전에는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개막식에서
‘포용적 성장과 기술혁신의 균형’을 주제로 특별 연설에 나선다.
그는 이번 회담을 포함해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중국의 시진핑 주석 등
주요 아시아 국가 정상들과의 연쇄 회담 일정을 소화하며
한국 외교의 ‘중추 허브’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 트럼프의 다음 행보는 ‘미중 회담’…북한 변수도 주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방문 직후,
다음날인 30일 시진핑 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에 참석한다.
세계 경제의 방향을 좌우할 무역협상 및 공급망 재조정 이슈가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을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는 일본 방문 중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의욕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만, 북한은 아직까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 “한미관계, 단순 동맹을 넘어선 전략적 동반자 구도 필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격은 명확하다.
‘관세’라는 경제 문제와 ‘동맹’이라는 안보 문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한미 양국은 서로의 이해를 재정립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국내 외교 전문가는 “이번 회담이 실질적 합의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한미 관계의 ‘프레임 전환’을 예고하는 자리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이제는 동맹의 의례적 재확인이 아니라,
미국과의 이익 기반형 파트너십 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경주는 지금 ‘세계 외교의 교차점’

고대 신라의 수도 경주는 오늘, 다시 한 번 세계 정치의 중심이 된다.
한미, 미중, 한중일 연쇄 회담이 이어지는 이번 APEC 주간은
동북아 외교의 판도를 바꾸는 ‘경주 회담(Geongju Summit)’ 시즌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대통령의 연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
그리고 각국 정상들의 셈법이 뒤엉키는 이번 주 —
한국 외교의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이번 경주 한미정상회담은 ‘합의의 결과’보다 ‘협상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
이 회담은 한미관계의 새로운 문법을 예고하며,
한국 외교가 ‘주체적 중견국’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