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말 한국 메모리 반도체 양대 기업이 일제히 사상 최대 실적을 향해 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5년 3분기에 역대급 성적표를 내놓은 데 이어, 내년 연간 영업이익이 합산 약 1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이러한 호조는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발생한 구조적 수요 증가와 공급 제한 현상이 맞물리면서 나타났다.
▲반도체 실적 급등… 3분기부터 가시화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약 11조 3,8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1.9% 증가했다. 매출도 약 24조 4,489억원으로 전년 대비 39.1% 확대됐다. Reuters+2ETManufacturing.in+2
한편,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잠정 영업이익이 약 12조 1,000억원에 달했으며 매출은 분기 기준 최초로 80조원대(약 86조원)에 진입했다.
이처럼 양사가 나란히 실적이 반등하면서, 반도체 업황에 본격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내년 전망은 ‘120조원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내년 매출은 약 367조1,915억원, 영업이익 약 62조9,588억원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매출 약 117조8,185억원, 영업이익 약 58조9,126억원이 예상된다. 이를 단순 합산하면 두 회사의 영업이익만으로 120조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62조9천억 + 58조9천억 ≈ 121조8천억원)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호조가 아니라, 반도체 시장이 ‘슈퍼사이클’ 단계로 진입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왜 지금인가?
이번 반도체 호황이 단기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AI 및 데이터센터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및 AI 서버에 탑재되는 메모리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측면에서 구조적 제약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DRAM 재고가 매우 낮은 수준이며, HBM 같은 고성능 메모리에서 선행 투자가 증가하였다 보니 공급 확대 속도가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도 이례적인 두 자리 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 분석가는 2026년까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두 기업의 전략도 모멘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전략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수주 확대, 이미지센서 공급계약 체결 등 시스템반도체 및 고부가 영역에서도 유의미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다음 세대 HBM4 제품 양산 라인이 준비되었으며, 고객사 수요에 대응해 본격 판매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DRAM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Reuters+1
▲리스크 요인도 존재
그러나 낙관만 할 수 있는 국면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변수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공급 과잉이 발생하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분석가는 HBM3E(삼성전자 등)의 공급이 일시적으로 수요를 앞설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및 반도체 수출 규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산업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
데이터센터 및 AI 인프라 투자가 기대보다 둔화될 경우, 수요 증가의 지속성이 약화될 수 있다.
▲결론 : 한국 반도체, 글로벌 승부수 던지다
올해 들어 두 회사가 보여준 실적 반등과 내년 실적 전망은 단지 한 번의 반짝 호황이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산업 전체가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한국 기업이 글로벌 AI 인프라 부문에서 핵심 공급자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잡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물론 앞으로 공급·가격 리스크나 지정학 리스크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한국 반도체 업계가 ‘돈방석’에 앉을 준비를 마쳤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흐름이 얼마나 지속될지, 또 이러한 호황을 얼마나 잘 실적으로 이어갈지가 향후 2~3년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