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글로벌 대기업들의 한국 투자 계획이 일제히 공개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르노, 코닝, 앰코테크놀로지, 에어리퀴드, 지멘스 헬시니어스, 유미코아 등 7개사가 향후 5년간 **총 90억달러(약 13조원)**를 한국에 투입한다고 29일 밝혔다. 이 가운데 단기간 유입될 외국인직접투자(FDI)는 6억6천만달러 규모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전지, 미래차, 바이오 등 국가 전략산업 전반을 포괄한다. 산업부는 “한국의 혁신 역량과 공급망 신뢰도를 확인한 결과”라며 “글로벌 투자 허브로서의 위상이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AWS는 인천·경기권에 AI 데이터센터 신설을 위해 2031년까지 50억달러 이상을 투입한다. 앞서 발표된 울산 데이터센터 계획에 이어 추가 확대가 결정되며, 외국계 그린필드 투자 중 최대급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완성차 부문에선 르노가 부산공장 라인을 전기차 전용 설비로 전환한다. 반도체 후공정 기업 앰코테크놀로지는 국내 패키징·테스트 설비를 증설하고, 코닝은 모


바일 기기용 첨단 소재 생산 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에어리퀴드는 반도체용 특수가스와 공정소재 공장 증설에 나선다. 의료기기 분야에선 지멘스 헬시니어스가 포항에 심장 초음파 부품 생산라인을 확대하고 400명 이상 신규 채용을 예고했다. 배터리 소재 기업 유미코아도 국내 생산거점 증설을 통해 전지 소재 공급망을 강화한다.

정부는 “입지·환경·노동 등 규제 합리화와 세제 혜택을 패키지로 제공해 투자 실행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투자처 다변화와 핵심 품목의 국내 생산 확대를 통해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고, 국내 기업과의 공동 연구·상용화를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업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데이터센터·반도체 후공정·특수가스·배터리 소재 등 전략 품목의 국내 생산 및 수요 선순환이 가능해지고,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는 평가다. 다만 일부에선 전력·용수 등 인프라 수용능력과 인허가 속도, 고급 기술인력 수급 문제가 투자 집행의 병목이 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APEC을 계기로 발표된 이번 투자 약속은 대규모 AI 인프라 수요와 전기차 전환, 그리고 첨단 반도체 공정의 고도화라는 글로벌 흐름과 맞물린다. 정부와 지자체, 전력·통신 등 기간 인프라 부문의 신속한 조율이 뒷받침될 경우, 한국은 동북아 첨단 제조·디지털 인프라 거점으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