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창설 80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에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겸 대한노인회장이 “유엔데이를 국가공휴일로 다시 지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유엔군의 희생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며 참전국에 대한 예우를 강조했다.

■ “유엔군의 헌신, 경제 10위 대한민국의 밑거름”

부영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0월 24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제80주년 유엔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헌화를 진행하고, 유엔데이 재지정을 공식 제안했다.
그는 “6·25전쟁은 유엔 창설 이후 처음이자 현재까지 유일하게 유엔군이 참전한 전쟁”이라며 “60개국의 희생 덕분에 오늘 우리가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의와 감사의 나라로서 그들의 헌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유엔데이를 국가공휴일로 부활시켜 국민적 감사를 표현하자”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박형준 부산시장,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 외교사절 및 보훈단체 관계자, 군 장병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참전국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 1976년 폐지된 유엔데이, 재지정 논의 다시 불붙다

유엔데이는 유엔 창설일인 10월 24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날로, 우리나라도 1975년까지는 법정공휴일로 운영했다.
그러나 1976년 북한의 유엔 산하기구 가입에 반발해 공휴일 지정이 폐지되면서, 현재는 비공식 기념일로만 남아 있다.

최근 이 회장의 제안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도 복원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올해 8월,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공휴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며 유엔데이의 법정공휴일 재지정을 추진했다.
양 의원 측은 “대한민국이 세계로부터 받은 희생과 도움을 다시 한 번 되새기기 위한 상징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중근 회장은 지난달 40만 명의 서명부를 국회에 전달하며 이 같은 입법 움직임을 공개 지지했다.
그는 “국민의 뜻이 모인다면 정치권도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며 “유엔 참전국의 희생은 한 세대를 넘어 영원히 기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평생 이어온 ‘보훈 경영’… 참전국 기념사업에 수백억 기부

이 회장은 그간 유엔 참전용사 예우와 보훈 활동에 꾸준히 힘써왔다.
2015년에는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 23개 유엔 참전국을 상징하는 ‘유엔참전비’ 건립비용 전액을 지원했으며, 이 기념비는 부산 유엔기념공원과 함께 세계 유일의 유엔 참전 유산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그는 6·25전쟁 기간을 일지로 기록한 《6·25전쟁 1129일》을 발간해 국내외 참전국 및 공공기관에 1,000만 부 이상 무료 배포해 왔다.
부영그룹은 공군 하늘사랑장학재단에 100억 원을 기부하고, ‘제복의 영웅들’ 프로젝트 후원 및 격오지 부대 지원 사업 등을 이어가며 기업 차원의 사회적 보훈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 “유엔 참전은 단순한 역사 아닌 현재진행형 감사”

이중근 회장은 “유엔의 참전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의 자유와 번영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엔데이를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은 국제사회와 함께 평화를 지키겠다는 우리의 의지 표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유엔 창설 80주년 기념행사는 ‘평화와 연대, 그리고 미래세대’라는 주제로 진행됐으며,
국내외 외교사절과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해 유엔 참전국의 희생을 기리고 한반도 평화를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