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사상 처음 4천선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자본시장은 ‘단기 고점’보다 ‘새로운 기준선’으로서의 4천 시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발(發) 반도체 슈퍼사이클, 저금리 기조 전환, 정부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세 가지 핵심 동력으로 꼽으며 코스피의 체질 변화가 본격화됐다고 분석했다.
■ “AI 메모리 수요 폭발, 삼성·하이닉스가 지수 견인”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와 PB 등 시장 전문가 다수는 올해 말 코스피가 4천선을 넘어설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특히 AI 서버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는 점이 핵심 근거로 꼽혔다.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전체 코스피 시총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10만전자’ 돌파 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하이닉스 또한 50만 원 중후반대를 목표로 하는 전망이 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AI 반도체 시장은 단순한 업황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 성장기로 전환 중”이라며 “이 두 기업의 이익 상향 조정이 지수의 상승 탄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 “정책·유동성도 증시 체질 바꾸는 중”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주주환원정책 역시 시장에 긍정적이다.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기조가 확산되면서 외국인 자금의 재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드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외부 변수에 따라 급등락하던 시장이, 이제는 ‘기업의 이익·정책·유동성’ 세 축이 균형을 이루며 안정적인 상승 구간을 형성하고 있다”며 “4천선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체질 전환의 신호탄”이라고 설명했다.
■ “거품 아닌가”... 리스크 요인도 상존
낙관론이 확산되는 한편, 거품 우려도 제기된다.
AI 관련 주식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고 있고, 미·중 갈등 및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는 내년 2분기경 10~15% 수준의 단기 조정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현재 코스피의 하방이 단단해 보이지만, AI 투자 속도가 둔화되거나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될 경우 투자심리가 흔들릴 수 있다”며 “시장 조정이 올 때를 대비한 방어적 포트 관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4천 시대’ 지속 위한 세 가지 조건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진정한 ‘뉴노멀’로 자리 잡기 위해선 △AI 산업의 실질 이익 창출 △정책 일관성 유지 △외국인 자금 유입 지속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성장세가 유지되는 한 코스피는 구조적으로 더 높은 레벨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4천은 단순한 심리적 벽이 아니라 시장 체력의 시험대”라며 “기업이익이 뒷받침되는 ‘실적형 뉴노멀’이 이어질 경우, 한국 증시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 시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