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는 인식으로 인기를 얻은 ‘제로 음료’가 오히려 간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인공감미료를 사용한 음료를 하루 한 캔만 섭취해도 지방간 위험이 최대 60%까지 높아진다는 것이다.
■ 인공감미료 음료, 설탕 음료보다 위험 더 커
중국 쑤저우대 연구팀은 12만4천여 명의 장기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음료 섭취 습관과 지방간 발병률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인공감미료 음료를 하루 250g(약 1캔) 이상 마신 사람은 지방간 위험이 60% 증가,
설탕음료를 같은 양 섭취한 경우 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소화기내시경학회(European Society of Gastrointestinal Endoscopy) 연례회의에서 공개됐으며, 미국 CNN 등 주요 외신이 이를 보도했다.
■ ‘제로’라 해도 지방간 유발 가능성
연구진이 주목한 대사이상 지방간(MASLD) 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거나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도 나타나는 질환으로, 세계 인구의 약 30%가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질환은 장기간 방치될 경우 간염·섬유화·간경변·간암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인공감미료 음료는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과도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설탕 음료는 그렇지 않았다. 즉, “제로”라는 이름이 간 대사에 주는 부담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 왜 ‘제로 음료’가 문제일까
전문가들은 인공감미료가 당 대사 및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점을 지적한다.
장내 균총 교란 → 인슐린 저항성 증가, 지방 합성 촉진
뇌의 단맛 인식 변화 → 단맛에 대한 내성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당 섭취 증가
간 대사 신호 왜곡 → 인공감미료가 실제 에너지 공급 없이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지방 축적을 유도
즉, ‘칼로리 제로’라는 문구가 실제로 대사적 부담 제로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 연구진 “최고의 음료는 결국 물”
연구를 이끈 류리허(劉麗和) 쑤저우대 제1부속병원 연구원은 “제로 음료는 칼로리가 낮더라도 장기 섭취 시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건강을 위해서는 여전히 물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 전문가 조언: ‘간을 위한 음료 습관’
의학계는 이번 결과를 계기로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로 대체하는 전략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한다.
간 건강을 지키기 위한 생활수칙으로는
가공 음료 대신 물이나 무가향 탄산수 섭취,
라벨 확인 습관화(수크랄로스·아세설팜K·사카린 등 주의),
하루 1캔 이하 섭취 제한,
정기적 간 수치 검사(AST, ALT, 감마GTP 등) 가 권장된다.
■ “제로의 착각”
이번 연구는 ‘무설탕=무해(無害)’라는 인식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칼로리만 줄였을 뿐 간 대사에는 또 다른 위험이 숨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향후 인공감미료의 장기적 안전성을 둘러싼 논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