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한 육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A대위는 최근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한 병사의 부모가 “아이가 예민하니 자기 전 명상 음악을 듣도록 에어팟과 휴대폰을 지급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다. A대위가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오히려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군 간부가 아닌 유치원 교사가 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병사 부모의 과도한 민원은 장교와 부사관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단순 처우 불만을 넘어 업무 보람의 상실이 누적되면서, 실제 조기 전역 희망 간부 수는 크게 늘고 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조기 전역 신청자는 2,800명을 넘으며 2021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현장 간부들은 “생선 알레르기 식단을 따로 마련해 달라” “약 복용 여부를 확인해 달라” 같은 요구까지 들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이런 상황에 회의를 느낀 일부는 기능사 자격증 취득 등 제2의 진로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병사뿐 아니라 간부들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국방연구원은 “병사들의 책임감을 높이고 자율성을 확대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군사 전문가들은 “간부 이탈은 전력 손실로 직결된다”며 합리적 보상체계와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