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핵심 전산 인프라가 화재로 멈추면서 국내 공공조달과 정부 서비스 전반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의 여파로 조달청의 나라장터 시스템 접속이 전면 중단됐다. 나라장터는 연간 145조 원 규모의 계약이 이뤄지는 국가 전자조달 창구로,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이용하는 핵심 플랫폼이다. 거래가 멈추자 정부 계약 지연과 기업 업무 차질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번지고 있다.

피해는 조달 영역에 그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의 회계 시스템 ‘디브레인’ 역시 마비되면서 세금 납부와 증명서 발급 등 일상적인 민원 서비스가 일제히 중단됐다. 국세청은 가상계좌, 모바일 앱, 은행 홈페이지를 통한 납부가 불가능해 시민 불편이 극심했다. 다행히 28일 오후 긴급 복구가 이뤄졌으나, 전산망 의존도가 높은 세정 시스템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부도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산하 기관의 행정 시스템과 대표 홈페이지 등 21개 서비스가 작동을 멈추면서, 수출입 심사와 무역 관련 민원은 이메일·팩스 등 수기 방식으로 대체됐다. 산업부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디지털 전환 시대에 거꾸로 역행하는 조치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번 사태는 재난복구(DR) 체계의 허점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공공 서비스의 상당 부분이 단일 전산망에 집중되면서, 물리적 사고 하나가 국가 행정을 사실상 멈춰 세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클라우드 분산화, 지역별 이중화, 사이버·물리 재난 통합 관리 체계”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긴급 복구를 마친 일부 서비스 외에도 나머지 시스템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복구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공공조달 시장과 기업 활동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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