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대학과 사회가 원하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수능이 가진 ‘변별력·공정성’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학 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역량을 판별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한다.

▲ 수능 입학생, 중도 탈락률 가장 높아

29일 ‘2028 대입개편 전문가포럼’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14개 대학의 중도 탈락률은 수능(정시) 입학생이 약 16%로 가장 높았다. 학생부 교과전형(10.6%), 학생부 종합전형(6.8%), 논술(6.1%)과 비교해 최대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평균 평점 또한 수능 전형 입학생이 3.33점으로 가장 낮았으며, 학생부 종합전형(3.74점)과의 차이가 컸다.

▲ 대학들, 자율적 선발 요구

대학 총장들은 "대학 고유의 인재상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입학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설문조사에서도 148개 대학 총장이 새 정부에 가장 바라는 정책으로 ‘학사·입학·정원 등 대학 운영의 자율성 확대’를 꼽았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수능은 객관식 중심이다 보니 대학 수업에서 요구되는 논리적·서술적 역량과 괴리가 있다”며 “대학들도 수능 중심 선발의 한계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 포스텍, 수능 배제 후 글로벌 경쟁력

포스텍은 이미 2010년부터 수능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학생부 종합전형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QS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4위, 세부 학문분야 다섯 곳에서 세계 50위 안에 진입했다. 김무환 전 포스텍 총장은 “현행 수능은 창의성·융합 능력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잠재력이 높은 학생을 저평가하기 쉬운 제도”라고 지적했다.

▲ 대안은 ‘수능 자격고사화’

전문가들은 수능을 대학 입학 자격을 확인하는 기본 시험(자격고사)으로 전환하고, 실제 선발은 대학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제시한다. 김성천 교수는 “수능은 기본 학업 능력만 검증하고, 전공 의지나 프로젝트 경험 등을 종합 평가하는 전형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와 독일의 ‘아비투어’처럼 절대평가 기반의 자격고사 방식을 도입하고, 필요시 내신·활동 기록·면접 등을 통해 정원을 조정하는 방식이 참고 사례로 거론된다.


▲ 본고사 우려 있지만…

일각에서는 대학 자율성 확대가 곧 ‘본고사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학이 충분한 역량을 갖춘다면 정교한 면접·서류 평가만으로도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고 본다.

김 교수는 “수능과 내신을 조합하고, 정성적 생활기록부 평가 및 입학사정관 확대 등을 병행한다면 사교육 심화를 막으면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