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55세 이상 고령층 경제활동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이들의 일자리 상당수는 단순노무직·비정규직에 머무르고 있어 ‘고령 일자리 질(質)’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고령층 근속기간 감소 추세
55~79세 고령층의 주된 일자리 평균 근속기간은 올해 17년 6.6개월로, 전년 대비 0.5개월 늘었으나, 2008년(20년 7.8개월)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뚜렷하다.
정년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고령자는 늘었지만, 장기적 근속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65세 이상, 단순노무직 집중 현상
65~79세 취업자(379만3,000명) 중 33.3%에 해당하는 126만3,000명이 단순노무직 종사자다.
반면 55~64세 그룹은 전체 598만7,000명 중 15.9%인 95만1,000명만이 단순노무직에 종사해, 고령일수록 ‘저숙련·저임금 일자리’ 비중이 크게 높아진다.
· 정년 연장 논의 속 청년 고용 영향 우려
더불어민주당은 정년을 65세로 법제화하는 입법안을 다음 달 발의할 예정이다. 정부도 공공부문 정년 연장과 계속고용의무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고령 근로자 1명이 추가로 고용시장에 남으면 최대 1.5명의 청년 일자리가 대체·축소될 수 있어, ‘일자리 세대 갈등’ 우려가 크다.
· 연공형 임금구조가 만든 비용 부담
“장기 근속자 우대” 중심의 연공형 급여체계 하에서는 생산성과 관계없이 임금이 꾸준히 상승해, 기업들이 고령층을 계속 고용하기를 꺼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OECD 보고서는 연공형 임금이 고용 경직성을 심화시킨다고 분석했고,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는 청년층 61.2%가 “정년 연장 시 신규 채용이 축소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 “임금체계 개편 없이 정년만 늘리면 부작용”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과 함께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연구팀장은 “유연한 임금체계가 도입되면 기업들은 숙련된 고령 근로자를 기꺼이 유지할 인센티브가 생긴다”며, “임금·고용 구조 전반을 개혁해야 고령 일자리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사회 진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단순히 정년 연장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고령 근로자의 직무 역량과 생산성을 반영한 일·임금 구조 혁신을 통해 세대 간 조화로운 고용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