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카페 한편,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는 젊은 여성들.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여성 전용 안전 공간’을 표방하던 모바일 앱 ‘Tea(티)’였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7월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이 스타트업이 돌연 외부 해킹으로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취재진이 확보한 정보에 따르면, 공격자는 2년 전 인증용으로 수집된 사용자 사진·신분증 데이터베이스에 침투해 총 72,000여 장의 이미지 파일을 빼냈다. 이 중 13,000여 건은 여성이 앱 가입 과정에서 제출한 셀피와 운전면허증·여권 스캔본이었다. “앱에서는 심사 후 즉시 파기한다고 약속했는데, 결국 서버 어딘가에 남아 있었던 셈”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고개를 저었다.

암울한 진실은 해킹 발생 사흘 뒤, 온라인 익명 게시판 4chan에서 흘러나왔다. “건드릴 만한 곳을 건드렸다”는 글과 함께 유출된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링크가 퍼지자, 수많은 사용자가 충격에 빠졌다. “내 얼굴이, 내 신분증이…” 휴대폰 화면 앞에서 한숨 짓던 한 여성은 익명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안전한 공간이라 믿고 들어왔는데, 이젠 누가 나를 보호해주나요?”


티 앱은 2023년 서비스 론칭 직후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미투 운동 이후 사생활 보호와 익명 커뮤니티에 대한 갈망이 커지던 시점이었다. 앱 내에서는 특정 남성 사진을 올리고 ‘레드 플래그’·‘그린 플래그’를 달아 평가하거나, 범죄 경력 조회·역검색 기능을 통해 데이트 상대의 진위를 가릴 수 있었다. “제작자 션 쿡은 어머니가 사기 데이트를 당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안전’이라는 키워드는 무너졌다. 회사 측은 “외부 보안 전문가를 긴급 투입해 시스템을 전면 점검 중이며, 추가 유출을 막기 위해 법적·기술적 모든 수단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용자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저마다의 사연을 공유하며 연대하던 공간이었는데, 이젠 누군가의 놀잇감이 됐다”는 탄식이 커뮤니티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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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플랫폼이 ‘공간’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기술적 완성도가 아니라, 그 위에 쌓인 신뢰다. 티 앱은 과연 ‘안전의 대명사’로 돌아설 계기를 찾을 수 있을까. 여전히 화면 속 커뮤니티는, 잿빛 불안 속에 숨죽여 답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