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들 사이에서 50대 이상 고령 직원 비중이 20대 이하보다 높은 ‘세대 역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장기화된 데다 신규 채용이 크게 줄어들면서, 기업 내부에서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세 미만 직원 비중, 2017년 31%→지난해 19.8%
기업분석업체 리더스인덱스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개한 국내 500대 기업 중 124곳을 조사한 결과, 30세 미만 직원 비율은 2017년 31.0%에서 2024년 19.8%로 11.2%포인트 급감했다. 반면, 동일 기간 50세 이상 근로자는 19.1%에서 20.1%로 소폭 증가하며, 처음으로 젊은 직원 비중을 넘어섰다.

2차전지 업종서 ‘젊은 일자리 급감’ 뚜렷
특히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2차전지 산업에서 청년 직원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2022년 39.3%에 달하던 30세 미만 비율은 지난해 29.6%로 9.7%포인트 급락했다. 반면 50대 이상 근로자 비중은 같은 기간 6.2%에서 7.3%로 늘어나며, 업황 둔화 속에서도 고령 인력이 유지·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청년 일자리 부족은 장기적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
초저출산(2023년 합계출산율 0.72명)과 고령화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 인구가 줄어드는 한편,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과 즉시 업무 투입이 가능한 경력직을 선호하며 신입 채용을 대폭 줄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채용 공고 중 경력직만 뽑겠다는 기업이 82%에 달했고, 신입 전용 공고는 2.6%에 그쳤다.

경희대학교 경영학부 김선애 교수는 “젊은 직원 비중이 줄면 조직 내 혁신과 도전 문화가 사라지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권혁 교수도 “연령이 아닌 직무 역량 중심의 인사체계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며, “고령 직원이 많을수록 직무 숙련도 평가와 재교육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법은 ‘청년 재고용·일자리 확대’
전문가들은 법정 정년 연장보다는 국민연금 수급 연계 재고용, 청년 일자리 확충을 위한 정부·기업 차원의 인센티브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원대학교 김희성 교수(노동법 전문)는 “고용제도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모든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채용·퇴직 과정 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0대 직원 비중 하락은 단순한 통계 수치가 아니다. 조직 의사결정 과정에서 청년의 혁신적 아이디어가 반영되지 못하고, 중장년 직원 중심의 ‘안정 지향형’ 문화가 고착화되는 현실을 반영한다. 국내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대 균형’ 확보와 청년 일자리 생태계 조성에 지금 즉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