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윔블던이 초반부터 큰 이변을 썼다. 프랑스오픈 우승 직후 2번 시드로 출전한 코코 고프(미국)가 대회 첫 경기에서 탈락하는 충격을 연출한 것이다.

고프는 1일 밤(현지시간) 영국 윔블던 1번 코트에서 열린 여자 단식 1회전에서 우크라이나의 다야나 야스트렘스카(세계 42위)에게 6-7(3), 1-6으로 완패했다. 이로써 그는 불과 3주 전 파리에서 거머쥔 자신의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의 기세를 전혀 이어가지 못했다.


메이저 톱 시드 역사상 드문 이변

이번 패배는 통계적으로도 드문 기록이다. 오픈 시대 이후 프랑스오픈을 제패한 선수가 같은 해 윔블던 1회전에서 탈락한 사례는 저스틴 에넹(2005),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2010)에 이어 단 3번째다.
또한 이번 대회는 톱3 시드 중 2명(2번 고프, 3번 제시카 페굴라)이 대회 2일차에 모두 탈락하며 여성 메이저 역사에서 초유의 기록을 남겼다.

“멘탈적으로 너무 벅찼다”

경기 후 고프는 “파리 우승 후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며 “축하받을 시간도 없이 다시 준비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너무 벅찼다”고 토로했다. 이날 경기에서 그는 더블폴트 9개를 포함해 29개의 범실을 쏟아냈다. 첫 서브 성공률도 45%에 그쳤다.
“야스트렘스카가 초반부터 강하게 나왔다. 나는 내 리듬을 끝내 못 찾았다”고 고프는 말했다.

고프는 윔블던에서 15세의 나이로 비너스 윌리엄스를 꺾으며 스타덤에 오른 상징적인 무대를 갖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4강 이상에 진출한 적이 없는 유일한 메이저 대회이기도 하다. 이번 탈락으로 최근 3년간 두 차례나 1회전에서 짐을 싸게 됐다.

야스트렘스카 “오늘 불 붙었다”

반면 승리한 야스트렘스카는 고프와의 상대전적 3연패를 끊어냈다. 그는 “오늘 정말 불이 붙은 느낌이었다”며 “코코와 경기한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최근 노팅엄 잔디코트 대회 결승에 올랐던 그는 “올해는 잔디가 나와 잘 맞는 것 같다”고 웃었다.

크비토바의 마지막 윔블던…“꿈같았던 시간”

같은 날 1번 코트에서는 또 다른 감동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두 차례 윔블던 챔피언(2011, 2014)인 체코의 페트라 크비토바가 자신이 사랑한 무대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35세인 크비토바는 10번 시드 에마 나바로(미국)에게 3-6, 1-6으로 패하며 1회전에서 탈락했다.
경기 후 팬들 앞에서 진행된 이례적 인터뷰에서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윔블던은 내게 상상도 못한 최고의 기억을 줬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이곳에서 우승할 거라곤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크비토바는 출산으로 지난해 대회를 건너뛴 뒤 올해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다. 은퇴를 예고한 그는 이번 US오픈을 마지막 대회로 삼을 예정이다.
“앞으로 관중석에서 이곳을 다시 찾을 거다. 팬들을 정말 그리워할 거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