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실망한 예금자들이 ‘행선지’를 바꾸고 있습니다. 더는 은행에 머무르지 않고, 기회를 찾아 증시와 부동산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이를 **‘머니 무브(Money Move)’**라고 부릅니다.
💸 대기자금 15조, 은행서 빠져나갔다
6월 들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이 14조 이상 급감했습니다. 이 예금은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자금으로, 투자 대기자금의 성격을 지닙니다. 이와 함께 정기예금 잔액도 감소세로 전환되며, 은행의 ‘예치금 탈출’은 본격화됐습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정기예금은 2조 원 넘게 줄었고, 정기적금은 소폭 증가했지만 대부분 소액 납입 고금리 상품에 쏠렸다는 분석입니다.
📉 기준금리 인하, 금리 메리트 무너졌다
금리가 더는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로 내린 이후, 주요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줄줄이 인하했습니다. 대표 예금 상품 금리는 2.15%까지 떨어졌고, 평균 정기예금 기본금리도 2.2%대에 불과합니다. 우대금리를 적용해도 2.5%대 정도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가 이어지면 은행 예금상품으로 고객 자금을 유치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돈의 향방은?…증시·부동산으로 이동 중
빠져나간 자금은 주식과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 투자자 예탁금은 이달 들어 약 5.6조 원이 늘어 63조 원에 육박했고,
증권사 CMA 잔액도 2.3조 원가량 증가했습니다.
합치면 8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증시로 들어왔습니다.
코스피도 이에 힘입어 3일 대선 이후 9.17% 상승하며 2946선을 돌파했습니다. 새 정부가 증시 부양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강세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19주 연속 상승 중이며, 주담대와 신용대출도 모두 늘어났습니다. 특히, 영끌 현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 은행, 저원가성 자금 확보 전쟁 돌입
이러한 자금 이탈에 대응해 은행권은 모임통장, 소액적금 등 저원가성 상품으로 수신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출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라, 예금 감소는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수신 금리 인하로 예금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수익모델 다각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 한국 경제성장률 0%대 전망…금리 인하 계속될까?
소시에테제네랄, JP모건, 씨티그룹 등은 한국 경제성장률이 0%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 우려 속에 한국은행이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증시와 부동산 자산으로 자금이 몰리게 되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한은의 판단은 더 신중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