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법정 공휴일’로 강제하는 법안이 또다시 사회적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정치권을 넘나들며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 “현실 모르는 탁상공론”…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이번 논란은 더불어민주당 오세희 의원이 “법정 공휴일에만 마트가 쉬도록 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급속도로 확산됐다. 오 의원은 소상공인 보호를 목적으로 해당 법안을 추진 중이지만, 시민들과 일부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제도”라는 비판이 거세다.

직장인과 맞벌이 가정, 1인 가구 등은 주말과 공휴일이 생필품 구매의 유일한 창구인데, 대형마트 문을 닫게 되면 오히려 더 큰 불편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마트 닫는다고 시장 가는 사람 얼마나 되냐”는 인터넷 커뮤니티 ‘재명이네 마을’의 반응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소비자 중심 정책 부재를 반영한다.

■ 법안 찬반 넘나드는 정치권…여당도 비판 목소리

여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휴일 강제 휴업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장철민 의원은 “아이를 데리고 시장 가기엔 화장실도 멀고 카트도 없어 불편하다”며 현장 중심 시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안의 심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유통업계는 정권 교체 이후 규제 방향성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민주당은 올해 초 민생연석회의에서 해당 의제를 20대 중점 과제로 채택한 바 있다.

■ 데이터로 본 ‘전통시장 부활’의 착시

실제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전통시장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는지는 최근 들어 회의적인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2년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문을 여는 날보다 의무휴업일의 전통시장 식료품 매출이 오히려 더 낮았다. 반면, 일부 지자체가 휴업일을 평일로 옮기자, 주변 상권의 주말 매출이 3% 이상 증가한 사례도 나타났다.

즉, 기존 규제가 오히려 소비 흐름을 왜곡하고 지역경제 회복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 유통 생태계의 변화…‘경쟁 대상’은 오프라인이 아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대립 구도를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소비자들은 ‘전통시장 vs 마트’가 아닌 ‘온라인 vs 오프라인’이라는 새로운 소비 패턴 속에서 행동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소비자는 전통시장보다 쿠팡이나 배달의민족 같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이 법안은 결과적으로 온라인 유통사에 특혜를 주는 법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 구조조정인가, 생계위협인가…줄어드는 자영업자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OECD 상위권을 유지하던 자영업 비율이 빠르게 하락하며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이다. 한국은행은 “고령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아 금융 안정성뿐 아니라 국가 경제성장에도 리스크가 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단순한 대출·보조금이 아닌, 자영업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용 일자리 연계, 지역 기업과 은퇴자 간 매칭 등 적극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