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계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인 순간, 예상을 깨고 웃음이 터졌다. 6월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경제계 간담회’는 당초 경직된 의전 분위기일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유쾌하고 온기 넘치는 장면들이 연출됐다.

이날 자리에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LG의 구광모, 현대차 정의선, SK 최태원, 롯데 신동빈 회장 등 이른바 '5대 그룹'의 수장이 참석했다. 여기에 6개 경제 단체장이 함께하면서 사실상 민관 최고 의사결정자들이 머리를 맞댄 회동이었다.


“대통령 자서전 읽었습니다”…이재용의 파격 멘트

간담회는 비교적 차분하게 시작됐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먼저 실용외교와 통상 전략에 대한 재계 협조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이재용 회장이 발언권을 얻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회의장에 의외의 말이 흘러나왔다.

“대통령님 자서전, 제가 읽어봤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가, 이재명 대통령이 쑥스럽게 미소를 지었고, 곧이어 주변 인사들의 웃음이 터졌다. 특히 구광모 회장은 소리 내 웃음을 터뜨려 회의장을 더욱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이 언급한 자서전은 2022년에 출간된 이재명 대통령의 ‘그 꿈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로 보인다. 그는 자서전에서 받은 인상에 대해 “청소년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삼성의 사회공헌이 앞으로도 청소년 교육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감한 이슈는 뒤로…“내수 회복, 함께 나서겠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상견례’ 성격이 짙었던 만큼, 상법 개정안이나 ‘노란봉투법’ 등 정치적 파급력이 큰 주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다만, 경제 전반에 대한 공감대와 협력 의지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최태원 회장은 “재계 역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며, APEC CEO 서밋을 계기로 글로벌 기업인 초청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국경총 손경식 회장은 “수출 다변화를 위해 보험금융 등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고, 중기중앙회 김기문 회장은 남북 관계 회복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중소기업계는 개성공단과 같은 협력이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경협 류진 회장은 여름 휴가철 내수 진작을 위한 ‘국내 여행 장려 캠페인’을 제안하며 “경제계가 먼저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첫 단추는 잘 끼웠다…‘경제 대통령’ 행보는 이제 시작

정치권과 기업 간 거리를 좁히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은 이번 간담회에서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대규모 경제인 초청 회의는 예상외로 부드럽고 진정성 있는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정책·제도 개선이라는 본격 논의는 이후로 미뤄졌지만, 서로의 속내를 가늠하고 유대를 다졌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은 향후 행보에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가 실용을 말하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시대. 대통령과 재계 수장이 나눈 첫 웃음이 어떤 변화의 서막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