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일, 디즈니가 또 한 번 대규모 정리해고에 나섰다. 이번 해고는 지난 1년 사이 네 번째이자 최대 규모로, 수백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대상은 주로 TV 및 콘텐츠 부문 인력으로, 로스앤젤레스 본사를 중심으로 마케팅, 캐스팅, 개발, 재무, TV홍보 등 다양한 부서에 걸쳐 있다.


디즈니 내부 ‘정리보다 통합’…그러나 감원은 계속된다

디즈니 측은 “어느 팀도 완전히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실상은 점진적인 조직 해체와 통합 전략이 진행 중이다. ABC와 Hulu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부문이 이미 20th Television으로 통합된 것처럼, 향후도 제작·배급 라인의 단순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구조조정을 넘어, 디즈니 내부의 콘텐츠 전략 리셋으로 읽힌다. 특히 스트리밍 시장의 포화와 전통 방송의 시청률 급락은 더 이상 개별 브랜드 중심 운영이 수익을 보장하지 않음을 방증한다.

2023년부터 시작된 ‘7.5조원 절감 로드맵’

이번 정리해고는 CEO 밥 아이거(Bob Iger)가 2023년 제시한 운영비 75억 달러(한화 약 10조 원) 절감 목표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7,000여 명을 해고하며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디즈니는, 이후 분기마다 수백 명 규모의 감원을 이어왔다.

불과 3개월 전에는 ABC 뉴스와 디즈니 산하 방송 네트워크에서 200여 명을 감원했으며, 올해 초에는 뉴욕과 LA를 중심으로 각 방송국 간 통합 재편을 진행해왔다.

디즈니+, 넷플릭스와의 전면전이 부른 희생양

이번 사태의 핵심 배경은 스트리밍 중심 재편 속에서 발생한 수익성 악화와 콘텐츠 과잉 경쟁이다. 넷플릭스, 파라마운트+, 애플TV+, 디즈니+ 등으로 분산된 이용자들의 선택권은 곧 방송 부문 광고 매출 감소로 직결됐고, 디즈니는 브랜드별 TV 채널 운영이라는 전통 방식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됐다.

반면, 디즈니의 직접 소비자 대상(DTC: Direct-to-Consumer) 수익은 전 분기 대비 2억 8,900만 달러 상승하며 3억 3,600만 달러에 달하는 실적을 보였다. 이익은 나고 있지만, 극소수 부문의 성장이 전체 구조를 지탱하긴 역부족이라는 판단 아래, 디즈니는 “양보단 질”의 선택을 택한 셈이다.

테마파크 중심의 일자리 창출, 방향 전환?

한편 아이거 CEO는 주주총회에서 "향후 디즈니는 테마파크 및 체험 중심 일자리에 더 집중할 것"이라 밝혔다. 이는 디즈니가 콘텐츠 중심 기업에서 현장 체험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전환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결론] 마법은 줄고, 숫자는 남는다

디즈니는 여전히 '꿈의 공장'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제 그 꿈을 만들어내던 이들이 하나둘씩 회사를 떠나고 있다. 콘텐츠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지만, 그것을 지탱하는 방식은 분명히 변하고 있다.

수치로는 흑자, 현실은 해고. 디즈니의 선택은 수많은 기업들에게 다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수익을 위해 몇 명의 창의성을 포기할 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