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를 상징하는 이름, ‘미스터 프로야구’ 나가시마 시게오가 2025년 6월 3일 아침, 도쿄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9세. 그의 타석은 이제 영원한 침묵으로 남지만, 그가 남긴 ‘야구’는 여전히 일본인의 심장 속에서 살아 숨쉰다.


국민의 심장을 뛰게 했던 남자

1936년 출생한 나가시마는 1958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후, 일본 야구의 상징 그 자체였다. 통산 타율 0.305, 444홈런, 1,522타점이라는 기록은 단지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일본인들에게 퇴근 후 맥주 한 잔과 함께 시청하던 최고의 야구 스타, 즉 '삶의 리듬' 그 자체였다.

그는 1974년 은퇴식에서 “나는 떠나지만, 자이언츠는 영원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 문장은 스포츠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은퇴 인사로 회자되며, 여전히 일본 야구팬들의 가슴에 각인되어 있다.

선수에서 영웅으로, 감독에서 신화로

은퇴 후 곧바로 요미우리 감독직에 오른 나가시마는 지도자로서도 독보적인 족적을 남겼다. 5회의 센트럴리그 우승, 2회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일궈내며 ‘승리하는 DNA’를 증명했다. 이후 일본 대표팀 감독을 맡았으나, 2004년 뇌졸중으로 현장을 떠났다.

그의 공로는 야구를 넘어 문화의 영역으로 이어졌다. 2013년에는 마쓰이 히데키와 함께 일본 국민영예상을 수상했고, 2021년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일본 스포츠의 상징으로 성화 주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에는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는 전무후무하게 일본 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이제는 우리가 그를 기억할 차례

그의 별세는 일본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언론은 “나가시마는 야구를 넘은 존재였다. 시대의 중심이었다”고 표현했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이지만, 나가시마 시게오의 존재는 기록 너머의 이야기를 만든 인물이었다. 수많은 일본인들에게 야구의 감동을 심어주었고, ‘승부란 무엇인가’를 삶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타석에 서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존재는 여전히 3번 타순에 머문다.

그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은 이제 더 이상 땀에 젖지 않겠지만, ‘미스터 프로야구’라는 별명은 앞으로도 수많은 야구인의 꿈 속에서 반짝일 것이다.

나가시마 시게오, 영원한 3번 타자여…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