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20년 넘게 장악해 온 검색 시장이 최근 급변하고 있다. 챗GPT 등 생성형 AI가 대중화되면서, 그 누구도 흔들지 못했던 ‘검색 황제’ 구글의 성벽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달 초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재판에 출석한 애플의 고위 임원은 “사파리 브라우저에서 구글 검색량이 두 달 연속 줄었다”고 밝혔다. 검색량이 꾸준히 증가해왔던 구글 입장에선, 20년 만의 낯선 풍경이다. 그는 이 변화를 “챗GPT, 퍼플렉시티(Perplexity) 등 AI 기반 검색의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시장 반응은 민감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7% 넘게 빠졌고,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500억 달러 증발했다. 애플 주가도 덩달아 1% 이상 하락했다.
변화는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글로벌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한때 93%에 달했지만, 최근엔 89%대로 하락하며 ‘절대 강자’라는 위상에 금이 가고 있다. 반면, 챗GPT의 주간 이용자는 이미 4억 명을 넘어서며 새로운 검색의 문법을 써 내려가고 있다.
물론 구글은 여전히 광고 수익 면에선 강력한 위력을 지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 챗봇은 상업적 목적보다 정보 탐색, 학습 등 비상업적 이용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당장 광고 수익을 뺏기진 않겠지만, 구조적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알파벳의 PER(주가수익비율)은 16배 이하로, S&P500 기술 대장주 중 평균을 밑도는 유일한 기업이 됐다. 잉여현금흐름만 연간 750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 부자’지만, 주가는 AI의 파고 앞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제 구글은 단순한 기능 개선을 넘어, ‘검색’이라는 개념 자체를 새롭게 재정의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 검색은 더 이상 단어를 입력해 결과를 나열하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이용자는 답을 원하고,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기대하며, 콘텐츠보다 ‘결론’을 원한다.
기술의 진보가 언제나 승자를 영원히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구글의 시련은 기술 생태계의 변화 속도에 기업이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