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은 중국을 돕고자 한다. 다 잘될 것”이라며 최근 격화된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한발 물러선 메시지를 내놨다. 오는 10월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앞둔 가운데, 긴장 확산을 차단하고 협상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0% 추가관세를 예고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나왔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며 반격하자, 미국은 11월 1일부터 기존 평균 55% 수준의 대중 관세를 155%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관세 충돌은 뉴욕증시의 급락을 불러오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 2조 달러가 증발했다.

■ “중국 불황 원치 않아”…시진핑 향한 완화 메시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매우 존경받는 시 주석은 단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을 뿐”이라며 “그는 자국의 경기 침체를 원치 않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는 6년 만의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면전’을 피하려는 신호로 읽힌다. 시장 불안을 완화하면서도 협상력은 유지하려는 ‘이중 톤 전략’이다.


■ 백악관 내부도 ‘이중 메시지’…“이성적 길 택하라”

JD 밴스 미국 부통령 역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성적으로 대응하길 바란다”고 강조하며 “그들이 공격적으로 나온다면 미국은 훨씬 더 많은 카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주말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두 정상은 개인적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희토류와 공급망을 무기화하는 행위는 관계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중국의 조치를 “명백한 합의 위반”이라고 비판하면서 “그럼에도 대통령은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 희토류 통제의 파장…미국 산업에 ‘급소 타격’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전기차, 방위산업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인 만큼, 중국의 수출 제한은 미국 제조업의 공급망 병목을 야기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는 특히 배터리·방산·드론 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중국도 청년 실업률과 내수 부진이 심화된 상황에서 장기 갈등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 경주 APEC 정상회담, ‘휴전 무대’ 되나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회담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지만, 이후 “한국에 갈 예정이니 회담을 할 수도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번 발언을 계기로 미·중 간 부분적 합의 혹은 ‘조건부 휴전’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추가관세 시행의 유예나 희토류 수출 일부 완화 등 상호 완충 조치가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

■ 분석: “채찍과 당근의 병행”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이번 메시지를 “채찍(100% 관세)과 당근(유화 발언)의 병행 전략”으로 해석한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을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 증시 불안과 자국 제조업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정치적으로는 대선 재집권을 앞둔 경제 안정 의지, 경제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분절 리스크 완화라는 두 축이 맞물려 있다.
양국 모두 갈등 장기화의 대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경주 회담은 ‘미·중 무역전쟁 2.0’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유화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희토류와 관세를 둘러싼 치킨게임 속에서, 미국은 “최고의 압박 뒤 대화”라는 패턴을 다시 꺼내 들었다.
10월 말 경주 APEC 회의에서 두 정상의 악수가 이뤄진다면, 글로벌 시장은 ‘정치적 휴전’의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회담이 무산된다면, 2025년 말까지 세계 교역 질서는 새로운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