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플 사이다 비니거(Apple Cider Vinegar, 이하 애사비)’가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일부 인플루언서와 쇼핑몰에서는 “하루 한 잔으로 3개월 만에 8kg 감량”이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해당 주장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사실상 무너진 상태다.

■ 8kg 감량 논문, 결국 철회됐다

이 유행의 출발점은 2024년 3월 영국 의학저널(BMJ) 산하 학술지 Nutrition, Prevention & Health에 실린 논문이었다.
논문은 레바논의 과체중 청년 120명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애사비를 매일 섭취한 결과, 평균 6~8kg의 체중이 줄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학계 검증 결과, 데이터 오류와 통계적 불일치가 확인됐다. BMJ는 독립 통계학자 검토 후 “연구 결과를 재현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논문을 공식 철회했다.
또한 연구가 임상시험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저자들이 요청된 원본 데이터 제출을 거부한 점도 문제가 됐다.


BMJ는 “논문 철회는 학술 시스템의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며 “과학적 정직성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 ‘애사비 다이어트’ 효과, 근거 부족

미국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을 비롯한 주요 의료기관은 애사비의 체중 감량 효과에 대해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단언한다.

메이요클리닉은 “사과식초가 체중 감량이나 식욕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신뢰할 만한 연구는 없다”며 “일부 소규모 실험에서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결과가 일관되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한 산성 음료 특성상 치아 법랑질 손상, 식도 자극, 인슐린·이뇨제 등 약물 상호작용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즉, 단기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한 연구가 없고, 장기적 건강 위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논문 철회는 학술지 불신이 아니라 검증 시스템 작동”

일각에서는 “BMJ처럼 권위 있는 저널에서 논문이 철회됐다면 신뢰에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정반대”**라고 본다.
논문이 게재된 후에도 추가 검증을 통해 오류를 인정하고 철회하는 것은 학술 생태계의 자정 작용이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의 백신 자폐 연관 논문 등과 같이 데이터 조작이나 오류가 밝혀진 사례와 유사한 과정이다.

■ 건강 정보, 이렇게 걸러야 한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건강·다이어트 정보를 접할 때 다음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상시험 등록 여부 – 실제로 공인된 시험으로 진행됐는가

저널 신뢰도 – 검증된 학술지인지, ‘가짜 저널(predatory journal)’은 아닌가

이해상충 공개 여부 – 연구비 출처가 제품 판매사와 연관되어 있지 않은가

재현성 검증 여부 – 독립 연구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왔는가

또, 건강식품·음료 광고 중 “○주 만에 몇 kg 감량” 같은 표현은 대부분 상업적 과장 광고에 불과하므로, 의료 전문가 상담 없이 섭취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