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직후 개장한 외환시장이 불안하게 출발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1423원으로 급등 출발, 장중 1419원대에 머물며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휴 기간 동안 쌓인 글로벌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반영되며,
시장에는 “원화가 1450원 선까지도 밀릴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 달러 강세, 유로·엔 급락의 도미노 효과
연휴 기간 동안 글로벌 통화시장에서는 달러 독주 현상이 뚜렷했다.
유로화는 프랑스 총리의 돌연 사임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며 약세,
엔화는 새 자민당 총재 다카이치 사나에의 확장적 통화정책(‘아베노믹스 리턴’) 기대감으로
가치가 급락했다.
이 두 통화가 동시에 흔들리자, 달러는 자연스레 안전자산으로 급부상,
그 여파로 원화는 역외시장에서 이미 1420원대 중반까지 밀린 상태로 연휴를 마쳤다.
이후 국내 시장이 개장하자 이 움직임이 한꺼번에 반영된 것이다.
⚙️ 트럼프의 ‘관세 압박’이 만든 불확실성
달러 강세의 또 다른 축은 정치적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을 향해
“미국 내 투자액 3,500억 달러를 선불로 지급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도 “투자액 증액”을 거론하며 협상 테이블을 강하게 흔들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3,500억 달러를 현금 투자로 일시에 집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통화스와프 체결과 투자 분할안을 조건으로 제시한 상태지만,
양국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결국 시장은 이 ‘관세 협상’을
단기적인 통화 불안 요인이자 장기적 무역 갈등의 전조로 받아들이고 있다.
🧭 원화 급락의 세 가지 원인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원화 하락을
‘예견된 하락’으로 분석하며, 세 가지 요인을 꼽았다.
글로벌 통화 불균형 심화 – 유로·엔 약세가 달러 초강세를 유발
정치 리스크 확대 – 한미 관세 협상 장기화로 불확실성 증대
거래 공백 – 추석 연휴 동안 국내 시장이 닫혀 있는 사이 역외 환율 급등분이 일시에 반영
특히 연휴 기간 중 거래량이 적은 상태에서
달러 강세에 원화가 과민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
1420원선 붕괴를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 주요 종목 반응
같은 날 코스피는 3,610.60(+1.73%)으로 마감했으나,
수출주 중심으로 환율 민감도가 큰 대형주들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됐다.
삼성전자 : 94,400원 (+6.07%)
현대차 : 217,000원 (–1.36%)
LG화학 : 279,000원 (+0.54%)
IT 수출주는 원화 약세의 단기 수혜를 보였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자재 수입 비용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경제 파장 전망
전문가들은 “현재의 환율 수준은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정치·통상 리스크가 결합된 구조적 변동”으로 본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강화 기조가 지속된다면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신흥국 전체에 자본 유출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또한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신호를 늦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화 약세가 물가 불안을 자극할 경우,
통화 완화 정책은 당분간 유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기자의 시각
지금의 원화 급락은 단순한 ‘환율 이벤트’가 아니다.
이는 정치 리스크와 통화 정책의 교차점에서 벌어진 구조적 현상이다.
트럼프식 관세 압박이 ‘협상용 카드’로만 끝나지 않는다면,
한국의 대미 수출 구조는 물론 금융시장까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단순한 단기 방어책(통화스와프·시장 개입) 에 그치지 말고,
중장기 외환 리스크 대응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의 불안감을 달래는 구두 개입이 아니라,
정책적 ‘예측 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