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모빌리티] 친환경차 보급이 빨라지며 전기차(EV)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국내 신규 등록차 84만6천 대 중 전기차가 약 9만4천 대(약 11%)를 차지했고, 누적 등록은 77만5천 대를 넘어섰다.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가 가장 먼저 살펴야 할 항목은 단연 배터리다. 주행거리, 충전 시간, 안전성까지 차량 체감 품질의 절반 이상이 배터리에서 갈린다.
1) kWh가 왜 중요할까: ‘배터리 용량’과 ‘전비’의 관계
전기차 카탈로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위가 kWh(킬로와트시) 다. 이는 탱크 용량에 해당하는 배터리의 저장 용량을 뜻한다. 효율은 전비(km/kWh) 로 표시한다.
예) 전비 6.0km/kWh 차량은 전기 1kWh로 약 6km 주행.
실제 1회 충전 주행거리 ≈ 배터리 용량 × 전비
같은 용량이라도 차량 무게, 공력 설계, 구동계 제어 등에 따라 전비가 달라져 결과적 주행거리는 크게 차이 난다. “용량만 큰 차”가 꼭 멀리 가는 것은 아니다.
2) 전기차도 등급표가 있다: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전면 시행
정부는 2024년 4월부터 전기차에도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1~5등급) 을 적용했다. 기준은 1kWh당 주행거리다.
1등급: 5.8km/kWh 이상
2등급: 5.7~5.0
3등급: 4.9~4.2
4등급: 4.1~3.4
5등급: 3.3 이하
등급이 높을수록 같은 전기로 더 멀리 달리고 연간 충전요금 부담도 낮다. 차종별 등급은 한국에너지공단 수송통합운영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3) 배터리 구조, 차마다 왜 다를까: 원통형·각형·파우치형
EV 배터리는 수천 개의 셀(Cell) 이 모여 팩을 이루며, 셀 내부는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으로 구성된다. 셀의 ‘외형·포장 방식’에 따라 특성이 달라진다.
▸ 원통형(cylindrical)
장점: 열 관리 용이, 내구성 우수, 모듈화로 출력 확보 용이
유의점: 셀 단위가 작아 다수 배치 필요 → 차내 공간 활용 제약 가능
▸ 각형(prismatic)
장점: 알루미늄 캔으로 충격에 강함, 셀 용량이 커 팩 설계가 효율적, 사이즈 다양화 용이
유의점: 구조상 모서리 유휴공간이 생길 수 있어 공간 효율이 떨어질 수 있음
▸ 파우치형(pouch)
장점: 알루미늄 필름 파우치로 가볍고 얇아 설계 자유도 높음
유의점: 단단한 케이스가 아니라 외부 충격·팽창·열 누적에 상대적 취약 → 팩 단계 보호 구조 설계 필수
※ 동일 외형이라도 소재·열관리·BMS(배터리관리시스템) 설계에 따라 실제 성능·안전성은 크게 달라진다.
4) 안전 이슈, 무엇을 점검할까
최근 충전 중 화재 사례가 주목받으면서 열폭주(thermal runaway) 대응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소비자가 확인할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팩 설계: 셀 간 화재 확산 차단 구조(방화 격벽·배기 경로) 보유 여부
BMS 기능: 과충전·과열·이상전류 감지 및 차단 로직
열관리(CTP/CTC 포함): 냉각 회로·냉각판 설계, 겨울철 예열 전략
충전기·배선 안전: 제조사 권장 충전기 사용, 노후 케이블·커넥터 점검
5) 똑똑한 구매 체크리스트
주행 패턴부터 계산: 하루 평균 이동거리·고속/도심 비중·주말 장거리 빈도
충전 인프라: 자택 완속 설치 가능 여부, 근거리 급속망 밀도
전비와 등급: 실도로 시승 전비, 공조 사용 시 변동폭 확인
배터리 팩 보증: 용량 보증 기간·보증 조건(잔존용량 %)
OTA·열관리 전략: 계절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효율 개선되는지
총소유비용(TCO): 전기요금제·보험·감가·정부/지자체 보조금
결론: ‘큰 배터리’보다 ‘잘 설계된 배터리’
전기차의 만족도는 용량(kWh), 효율(전비), 구조(팩·냉각·BMS) 가 얼마나 균형 있게 설계됐는지에 달려 있다. 스펙표의 숫자만 보지 말고, 에너지 효율 등급과 실제 전비, 제조사의 열관리·안전 설계 철학까지 함께 비교하는 것이 후회 없는 선택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