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인 고율 관세 정책이 의도와 달리 세계 무역 구조를 뒤틀고 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이후 세계 전체 수출량은 증가세를 보인 반면 미국의 수입은 오히려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시행 전후를 비교하면 그 흐름은 극명하다.
관세 발표 직후에는 기업들이 재고 확보를 서두르면서 수출 물동량이 일시적으로 25% 이상 급등했지만, 관세가 실제로 부과된 이후에는 20% 이상 감소하며 급격히 식었다.
기업들이 불확실한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 재고 전략을 택한 결과다.

미국의 대외무역 흐름은 이 시기부터 급속히 둔화됐다.
미국의 수입 증가율은 올해 1월 24%대에서 4월 1%대로 급락했으며, 이후에도 마이너스 구간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철강·알루미늄 등 ‘232조 품목’의 수입은 지속적으로 두 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시기 세계 전체 수출 물동량은 전년 대비 2~3%가량 늘며, 주요 수출국들이 ‘포스트 미국’ 시장을 발굴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이 스스로 관세 장벽을 세우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됐다”며 “단기적으로는 보호무역의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교역에서 소외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들 역시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의존도가 높았던 자동차·전자·철강 업계는 동남아, 유럽, 중동 등으로 수출 비중을 재조정 중이며, 환율·운임·재고 관리 등 복합 리스크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 관세정책의 주기가 짧고 변동성이 커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계획보다 재고 대응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관세 관련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고, 기업의 시장 전환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는 단기적 정치 효과를 얻었지만, 실물 경제에서는 ‘미국만 소외되는 역설’로 귀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고립이 심화될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