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의 신임 총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가 이달 중순 총리로 공식 취임할 전망이다.
일본 정치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건 ‘축하’보다 ‘시험’이다.
한중 외교 리스크와 보수층의 압박 사이에서 다카이치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동북아 정세의 변수로 떠올랐다.
■ 보수파의 아이콘, 그러나 외교는 ‘미지수’
다카이치는 자민당 내 대표적인 강경 보수 인사로,
총무상·경제안보담당상 등 굵직한 자리를 거쳤지만 외교 경험은 전무하다.
이에 일본 주요 언론들은 “보수층의 압도적 지지로 당권은 잡았지만,
대외관계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역사 문제와 한중 관계는 그녀의 첫 외교 시험대다.
과거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일본인의 당연한 권리”라며
A급 전범 합사 논란을 옹호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 “야스쿠니 참배 땐 한중 관계 급랭”
다카이치는 이번 선거에서 참배 여부를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물러섰지만,
자민당 내 보수 의원들은 여전히 참배 강행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다카이치가 실제로 신사를 참배할 경우, 한중 외교는 단숨에 냉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다카이치는 선거 과정에서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과
중국과의 대화 의지를 언급하며 현실적 외교를 시사했다.
하지만 4월 대만 방문 당시 라이칭더 총통과 회담한 전력이 알려지면서,
중국은 이미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 첫 외교 무대는 트럼프 방일·APEC 정상회의
오는 27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은
다카이치의 첫 ‘외교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미 언론은 “트럼프가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녀가 미일 동맹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또한 10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이 조율되고 있다.
다카이치가 이 자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한중일 관계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일본 내부서도 “보수 일변도는 외교 고립 자초”
도쿄신문은 사설을 통해
“다카이치 총재가 보수층의 결집에만 의존한다면 외교적 고립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또 “전범에 대한 발언은 역사 인식을 왜곡할 우려가 있으며,
이시바 전 총리가 다져놓은 한일 협력의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사회 내부에서도 다카이치가
보수파의 기대와 국제사회의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시선이 커지고 있다.
■ 전문가 분석: “외교의 현실주의 시험대 될 것”
동북아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다카이치는 국내 정치적으로는 상징적 존재지만, 외교에서는 전혀 다른 게임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 사이에서
일본의 외교노선은 극도의 현실주의를 요구받게 된다.
결국,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와 외교적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새 총리의 정치 생명을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