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망원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20대 사장 A씨는 지난 9월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핫플레이스’라는 상권을 믿고 비싼 임대료를 감수했지만, 매출은 점점 줄었고 순이익은 100만 원을 넘기기조차 어려웠다. 그는 “이 정도면 차라리 아르바이트가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A씨의 이야기는 결코 예외가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30세 미만 개인사업자 5명 중 1명이 지난해 폐업했다. 전체 평균 폐업률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 청년 창업, 생존보다 ‘버티기’가 더 어려운 현실
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30세 미만 사업자 41만8855명 중 8만7077명(20.8%)이 사업을 접었다. 이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19.3%)보다도 높다. 반면 전체 사업자 평균 폐업률은 9.5%에 그쳤다.
특히 50~70대 폐업률이 7% 수준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청년층은 3배 가까운 비율로 폐업하는 셈이다.
창업 자체도 줄고 있다. 30세 미만 신규 창업자는 2023년 16만여 명에서 지난해 14만 명대로 감소해 불과 1년 만에 14% 가까이 줄었다. 창업은 줄고, 폐업은 늘어난 이중 악순환이 청년 자영업을 위협하고 있다.
■ ‘과밀 업종 쏠림’이 만든 위험 구조
전문가들은 “청년 창업이 실패로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업종 집중과 경험 부족”이라고 지적한다.
농협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 창업 대비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일반음식점(127.5%) ▲주점(99.1%) ▲일반잡화점(84.7%) ▲기성복점(82.9%) ▲커피전문점(82.2%) 순이다.
SNS에서 쉽게 ‘창업 성공’ 사례를 접한 청년들이 카페나 배달 창업에 몰렸지만, 경쟁 과열·임대료 부담·플랫폼 수수료에 치여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광명시에서 배달전문점을 운영 중인 28세 B씨도 “홀을 차릴 여유가 없어 배달만 했지만, 라이더비와 수수료를 빼면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수수료율·광고비·단가 경쟁이 청년 자영업자를 가장 먼저 무너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 낮은 ‘복원력(Resilience)’… 외부 충격에 더 취약
청년 사업자들은 자금 여력과 경영 숙련도가 부족해 경기 침체에 취약하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노민선 연구위원은 “청년층은 자금 조달력, 경영 능력 등 전반적인 복원력이 낮아 외부 충격에 버티기 어렵다”며 “기술·전문성 기반 사업으로 전환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15~29세 취업자가 전년보다 15만 명 감소했다.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생계형 창업’이 늘었고, 준비 없이 뛰어든 사업이 빠르게 무너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 “이제는 창업 안전망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교육·컨설팅·판로·금융을 아우르는 종합 창업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청년 창업은 국가의 미래 성장 엔진”이라며 “실패 이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재도전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의 자영업자들도 “창업 교육이 실제 손익 구조나 리스크를 가르치는 수준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성공 사례’ 중심의 홍보보다 실패 요인과 손익 구조를 현실적으로 다루는 실전 교육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 에디터의 시선
청년 창업은 도전의 상징이지만, 이제는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준비해야 하는 시대다.
월세·인건비·원가·플랫폼 수수료까지 모두 포함한 손익분기점을 계산하지 못하면, 열정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정부의 지원은 ‘시작’보다 ‘지속’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청년 창업이 ‘꿈의 도전’이 아니라 ‘통계적 위험’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