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사에 큰 전환점이 마련됐다. ‘여자 아베’로 불리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집권 자민당 제29대 총재로 선출되며,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될 전망이다.

◇ 결선서 고이즈미 눌러

4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다카이치는 185표를 얻어 156표를 얻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29표 차로 제쳤다. 1차 투표에서도 183표를 얻어 1위를 기록한 그는 이번에는 결선에서도 우세를 지켜내며 최종 승리를 거머쥐었다.

세 번째 도전 끝에 당권을 거머쥔 다카이치는 당원 지지율에서 강세를 보였고, 보수 성향 의원들의 표를 흡수해 약세로 꼽히던 의원 투표에서도 선전했다.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이끄는 아소파 의원들의 지지 역시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 첫 여성 총리 취임 ‘시간문제’

일본 국회는 현재 여소야대 구도이지만 야권이 분열돼 있어, 자민당 총재가 차기 총리 지명 선거에서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 열흘 뒤 열릴 지명 투표를 거치면 다카이치는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 보수 노선 속 변화 가능성

다카이치는 과거 강경 보수 성향을 드러내며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 계승을 강조해 ‘여자 아베’로 불려왔다. 동시에 이번 선거에서는 색채를 희석하며 당내 중도 지지층을 넓히려는 전략도 구사했다.

다만 그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해 왔다는 점에서, 한일관계에는 긴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