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미성년자에게 직접 이전된 부동산 증여액이 1조5천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부모가 부모를 건너뛰고 손주에게 바로 재산을 넘기는 ‘세대생략 증여’가 절세 수단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다.

▲5년간 9천여 건, 1조5천억원 규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미성년자가 세대생략 증여를 통해 취득한 부동산은 9299건, 금액으로는 1조5371억원에 달했다. 연평균 3000억원 이상이 매년 미성년자에게 이전된 셈이다.

연도별 규모를 보면 ▲2020년 2590억원 ▲2021년 4447억원 ▲2022년 3580억원 ▲2023년 2942억원 ▲2024년 181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에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규모는 크다.

▲건물 증여 늘고, 수혜 연령대는 10대 집중

증여 대상 자산의 성격도 바뀌었다. 2018년까진 토지 증여액이 평균 1억9000만원으로 건물보다 높았으나, 2021년 이후 역전됐다. 2024년 기준 건물은 건당 2억1400만원으로 토지(1억3200만원)를 크게 앞질렀다. 이는 주거·상업용 건물 가치 상승세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연령별로는 13~18세 청소년이 전체 증여액의 43.7%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이어 7~12세가 33.5%, 0~6세가 22.8% 순이었다. 특히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영아도 증여 대상이었는데, 최근 5년간 0세 아동이 받은 부동산 증여만 188건, 금액은 371억원에 이르렀다. 건당 평균 2억원 수준이다.


▲절세 수단인가, 편법인가

세대생략 증여는 조부모가 부모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손주에게 재산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부모 대에서 발생할 증여세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절세 수단으로 활용된다. 다만 부모 사망이 아닌 상황에서 이뤄지는 경우, 법에 따라 증여세의 30% 할증이 붙는다. 미성년자가 20억원 초과 자산을 증여받으면 40%까지 할증된다.

민홍철 의원은 “세대생략 증여 할증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부자들의 편법적 절세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는 자금 출처를 철저히 검증하고 불법·편법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과제

전문가들은 부의 대물림이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미성년자 증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자금 출처 검증 시스템을 정밀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