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에서 다시 마주 앉았다. 지난 8월 도쿄 회담 이후 한 달 만의 만남으로, 한일 간 셔틀외교가 복원에서 정착 단계로 진입했다는 상징성을 갖는다.
이번 회담은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열려 눈길을 끈다. 일본 총리가 한국 지방을 직접 찾은 것은 2004년 제주 ‘노무현-고이즈미 회담’ 이후 21년 만으로, 지역 균형발전 의지와 외교 다변화를 함께 보여주는 자리라는 평가다.
■ 회담 의제: 인구·지방소멸부터 AI·수소 협력까지
양국 정상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지역 협력 ▲AI·수소 중심의 미래산업 협력 ▲공급망·경제안보 협력 등을 논의했다. 공식 의제는 아니지만, 미국과의 관세 문제에 대한 의견 교환 가능성도 열려 있다.
특히 부산의 제조·물류 인프라를 활용한 수소 공급망, 항만-데이터센터 연계 에너지 관리, 대학·연구기관 간 공동 연구개발(R&D) 등 실질적 협력 프로젝트가 제안될 가능성이 크다.
■ 대미 관세협상, 물밑 대화 이뤄질까
이번 회담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대미 관세 협상이다. 일본이 이미 상당 부분 절차를 정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미국의 요구를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깊다.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 현금 투자’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투자 구조나 시장 안전장치에 대한 의견 교환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대통령실 역시 “공식 의제는 아니지만,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는 수준의 논의는 가능하다”며 여지를 남겼다.
■ 의미와 향후 전망
이시바 총리는 내달 신임 총리 선출을 앞두고 퇴임을 앞둔 상황에서 굳이 부산을 찾았다. 이는 단순한 의례가 아닌 한일관계의 지속적 개선 의지를 담은 상징적 행보라는 평가다.
대통령실은 “인구·지방문제나 미래산업 협력은 특정 정권을 넘어 양국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과제”라며,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협력의 지속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