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오는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놓고 첫 심리에 들어간다. 법적 위헌 여부가 판가름 날 중요한 순간이지만, 전문가들은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미국의 고관세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 트럼프 통상정책의 두 축

글로벌 로펌 DLA 파이퍼의 지정학 리스크 전문가 이그나시오 산체스 파트너 변호사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미국 제조업 부활’이라는 미국 우선주의 ▲중국과의 탈동조화(디커플링)에 기반한 경제안보 강화, 두 가지 기둥 위에 세워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설령 연방대법원이 관세 부과를 위헌으로 판단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301조·232조 같은 다른 법적 근거를 활용해 관세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 판결 전망과 보수 우위 법원 구도

현재 미 연방대법원은 보수 6 대 진보 3 구도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판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민·안보 관련 사안에서 보수 성향 판결이 잇따른 바 있다. 하지만 설사 위헌 결론이 나오더라도,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일부 품목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이미 별도 법률에 따라 관세가 유지되고 있어 전체 흐름에는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 한국 기업에 주는 교훈

산체스 변호사는 한국 기업에 대해 “공급망 리스크 관리와 철저한 현장 준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조차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서 중국산 핵심광물·부품 배제를 조건으로 내걸었던 점을 들어,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중국 배제’ 흐름은 불가역적임을 지적했다.

그는 또한 최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공장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건과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혼란이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비자 제도 개선 등 보완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전문직 취업비자 신설 법안이 발의되며 제도 보완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 전략적 사고의 필요성

미국은 특정 산업군을 가리지 않고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원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기회를 살리려면 단순한 투자 결정이 아니라, 현장 실사·법적 검증·지정학적 분석까지 포함한 다층적 전략이 필요하다.

산체스 변호사는 “앞으로 미국 투자의 필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야말로 한국 기업이 전략적 사고와 준비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