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설 예정이던 서울아산청라병원이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좌초 위기에 놓였다. 당초 2025년 6월 착공을 목표로 했지만, 자재비·인건비 폭등과 병원 재정난, 그리고 투자자 간 비용 분담 갈등이 얽히며 사업 추진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사업 개요와 계획된 위상

청라의료복합타운 핵심 시설로 기획된 이 병원은 총 800병상 규모의 대형 상급종합병원이다. 암·심장·소화기·척추관절 등 전문센터를 포함해 인천권 중증질환 치료와 해외 환자 유치를 목표로 했다. 사업 주체는 청라메디폴리스PFV로, KT&G·하나은행·HDC현산·우미건설·서울아산병원 등 9개 기관이 출자했다.
초기 사업비는 약 6000억원이었으나 4년 만에 5000억원이 추가되며 총 1조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병원 재정과 출자기관의 갈등

문제는 비용 부담 구조다. 당초 병원과 투자기관이 5:5 비율로 분담하기로 했으나, 최근 6:4 조정안이 논의되면서 의견 충돌이 발생했다. 병원 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부담 확대에 소극적인 입장이며, 출자사들도 오피스텔 분양 수익으로 충당하는 기존 구조가 흔들리자 추가 출자에 주저하는 분위기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의정 갈등 장기화로 환자 수가 급감하면서 영업이익이 323억 원에서 5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빅5’ 병원 중 유일하게 희망퇴직을 단행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청라 의료복합타운 전체에 미칠 파장

서울아산청라병원은 총 2조4000억원 규모로 계획된 청라의료복합타운의 ‘심장부’다. 병원 착공이 지연되면 카이스트·하버드의대 연구소, 창업지원·헬스케어 클러스터, 오피스텔 등 연계 프로젝트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병원을 ‘선(先)착공’ 대상으로 설정해 동력을 확보하려 했으나, 현재로서는 무기한 지연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전망과 과제

업계에선 연내 투자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착공 자체가 불투명해질 것으로 본다. 다만 병원과 투자사 모두 ‘사업 포기’까지는 고려하지 않는 만큼, 정부·지자체 차원의 조정 역할이 필수적이다.
특히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확대, 인천권 의료 인프라 부족 해소라는 공익적 명분이 큰 만큼, 재정적 해법과 정책적 지원이 맞물려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