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국내 외환시장을 24시간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외국인의 원화 거래를 허용해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를 확대 유도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전략적 조치다.
26일 기획재정부는 “현재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만 운영되는 외환시장을 24시간 체제로 전환하고, 외국 금융기관의 직접 원화 운용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역외시장에서 정부 인가를 받은 국내 중개회사 2곳을 통해서만 원화 거래가 가능했으나, 제도가 바뀌면 외국인 투자자의 불편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편입이 성사되면 약 300억 달러(42조 원) 규모의 글로벌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연내 종합 로드맵을 발표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외환시장 전면 개방은 달러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한국은 미국에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진행될 경우 외환 보유액(약 4,163억 달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역외시장이 활성화되면 외국 자금이 자연스럽게 유입·유출되며 달러 공급 통로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위기 발생 시에는 외화 유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KB국민은행 문정희 수석 차장은 “거래 시간이 연장된 지난해 7월 이후 별다른 부작용은 없었다”며 “24시간 개방으로 시장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한다. 하나은행 서정훈 수석연구위원은 “긴 연휴 기간 동안 쌓였던 글로벌 변수가 한꺼번에 반영되는 기존 구조와 달리, 24시간 시장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반영돼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외환시장 개방은 한국이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