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를 앞둔 명인제약의 기업가치를 두고 시장의 시선이 갈리고 있다. 공모 희망 밴드는 4만5천~5만8천 원, 최대 시가총액은 8,468억 원 수준으로 책정됐지만, 이를 두고 “승계 목적의 고의적 저평가”라는 의혹과 “투자자 친화적 구조”라는 분석이 동시에 제기된다.

명인제약은 EV/EBITDA 방식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직전 12개월 기준 EBITDA 1,045억 원에 업계 평균 멀티플 7.9배를 적용하고 순현금 4,261억 원을 더해 할인 전 가치 1조 1,522억 원을 도출한 뒤, 최대 47%까지 할인했다. 이는 최근 제약업계 평균 PER 36.8배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상장이 곧 승계 절차와 맞물린다는 점에 주목한다. 공모가를 낮출수록 향후 지분 이전 시 세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인위적 저평가 가능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여전하다. 실제로 PER 기준으로 계산하면 적정 시총은 1조 3,373억 원 수준으로, 현재 공모가 기준보다 약 600억 원 높게 평가된다.


반면, 투심 위축과 IPO 제도 변화를 감안하면 몸값을 낮게 잡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제도 개편으로 기관투자가의 의무보유 확약 비중이 강화되면서, 주관사(KB증권)는 안정적 수요 확보를 위해 보수적인 밸류에이션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또한 명인제약의 영업이익률(최근 3년 평균 30% 이상)과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은 EV/EBITDA 방식을 적용한 합리적 판단이라는 의견도 있다.

결국 시장은 이번 IPO를 두고 “승계 꼼수인가, 투자자 배려인가”라는 두 가지 해석을 놓고 엇갈리고 있다. 공모 성사 여부와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향후 진단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