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해지는 금융사기 수법에 맞서, 은행권이 사전 차단부터 피해 보상까지 전방위적 소비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보이스피싱·메신저피싱 등으로 인한 피해가 올해 사상 처음 1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주요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정부까지 연이어 대응책을 발표하고 있다.

▲ 국민은행·하나은행, '피해 보상' 및 'AI 탐지' 강화

KB국민은행은 자사 스타클럽 고객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이나 메신저피싱으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최대 1천만 원 한도 내에서 70%를 보상하는 제도를 새롭게 도입했다. 고객 보호 강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앱에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을 탑재해 월 평균 1,000건 이상의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 기반의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FDS)을 한층 고도화했다.

▲ 인터넷은행 3사도 '보상 시스템' 앞다퉈 도입

인터넷전문은행들도 뒤질세라 소비자 보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토스뱅크는 은행권 최초로 ‘안심보상제’를 도입, 금융사기와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들에게 지금까지 총 51억 원을 보상해왔다.
카카오뱅크는 위조 신분증 탐지와 명의 도용 방지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케이뱅크는 명의 도용 피해에 대해 전액 보상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 농협·신한·기업은행 등도 대응 강화

NH농협은행은 대포통장에 악용될 수 있는 의심 계좌를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가동 중이며, 우리은행은 현장 직원들의 실사례를 바탕으로 한 피해 예방 사례집을 제작해 전 지점에 배포했다.

신한은행은 전국 652개 영업점에 ‘보이스피싱 안심지킴이 창구’를 설치해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기업은행은 KT·LG유플러스와 협력해, 오는 10월 AI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통신사 음성 패턴과 금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고위험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식이다.

▲ 대통령까지 나섰다…정부도 AI 플랫폼 구축 계획 발표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불법 추심, 보이스피싱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제도적 금융정책을 마련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융위원회·경찰청·통신 3사 등이 협력하는 ‘AI 기반 보이스피싱 플랫폼’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 통신, 수사 정보를 한데 모아 사기 계좌를 조기에 차단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방침이다.

▲ “보호 대상은 결국 국민”…고령층·저신용자 피해 급증

경찰청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층과 저신용자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대포폰, 위조 신분증, 원격제어 앱 등 끊임없이 진화하는 수법은 기존의 감시체계로는 막기 어려워, 금융-통신-정부의 협업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대응 흐름은 단순히 사후 보상이 아니라, 사전 탐지와 예방, 책임 있는 금융 기관의 역할 강화라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피해가 눈앞의 일이 된 지금, 은행은 단지 돈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신뢰를 지키는 최후의 방패가 될 수 있는가를 시험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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