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4일 본회의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원청 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확대하고, 노동쟁의 범위를 넓히며, 손해배상 청구 제한 규정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노동계는 노동권 보장의 진전이라고 평가하지만, 재계는 산업 현장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 원청의 사용자성 확대
개정안은 원청 기업이 직접 고용관계에 있지 않은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사용자’로 인정해 단체교섭에 응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조선·건설·철강 등 다단계 하도급 구조 산업에서는 수십~수백 건의 교섭 요구가 원청에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사내 하청 비중이 63.8%에 달하는 조선업계에서는 원청이 감당하기 어려운 협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노동쟁의 범위 확대
이번 개정으로 정리해고, 생산시설 이전, 신기술 도입 등 경영상 결정 가운데 근로조건과 직접 연관된 사안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경영상 자율적 의사결정 영역이 지나치게 제한될 수 있다”며 위헌 가능성을 제기했다. 기업계 역시 “노조의 파업이 상시화되면 투자 위축과 공급망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 손해배상 청구 제한 논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조항도 논란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과거에는 사법부가 불법 파업에 제동을 걸 수 있었지만,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면책을 넓히는 효과가 있어 불법 행위에도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 노동·경영계의 갈림길
노동계는 이번 법 통과가 “하청 근로자들의 실질적 권리 보장과 노사 격차 해소의 출발점”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경영계는 “원청과 하청 노조 간 집단교섭이 본격화되면 생산 차질과 수출 지연이 뒤따를 것”이라며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도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야당은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가로막는 결정”이라고 비판했으며, 여당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불평등을 바로잡는 법적 장치”라고 반박했다.
이번 법안은 시행 이후 한국 산업현장의 교섭 구도와 노사관계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그러나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 쟁의행위의 적법성 판단, 손해배상 책임의 기준 등을 둘러싼 법적·사회적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