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30일 ‘해외 및 국내 장기투자자가 본 상법 보완입법’ 간담회를 열고,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반발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상법 개정은 자본시장 신뢰 회복의 시발점”이라며 “재벌 대기업들이 기득권 수호에만 몰두해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상법 개정은 이제 막 1회 말에 들어선 상황”이라며 “기업들은 변화의 물결이 불어온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방어 막을 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존의 ‘사외이사’ 개념을 ‘독립이사’로 바꾸고 배임죄 적용 범위를 민사로 확대한 조치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2차 개정에서 제외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유경 APG 신흥국주식부문 대표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주주 역할을 소극적으로 수행해 상법 개정 논의에 발 맞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금융투자협회 눈치를 보느라 오히려 기업 편에 서는 현실”이라고 질타하며, “주주 권익 강화 없이는 법 개정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DS투자증권 김수현 리서치센터장은 “집중투표제 우회 시도와 경영진 눈치 보기식 주주환원 발표가 반복되고 있다”며 “지주사 주식을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풍토를 바꾸지 않으면 대주주 독단을 견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소액주주도 의결권을 모아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 도입,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이사회 구성 다양화 등을 개정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정치권 의지가 관건”이라며 “여야 합의로 강력한 후속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간담회는 상법 보완입법 논의가 단순 통과를 넘어 실질적 자본시장 개혁으로 이어지려면 기업과 투자자, 정치권의 상호 협력이 필수임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