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하며 ‘글로벌 최저가’ 전쟁에 불을 지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양강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푸조·BYD·아우디·볼보 등 주요 수입차 업체들은 자국 출고가보다 최대 수천만 원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다.

푸조의 국내 공식 수입사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최근 출시한 신형 3008 하이브리드 기본 트림 가격을 4,490만 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프랑스(약 6,160만 원), 영국(약 6,930만 원)보다 1,700만~2,500만 원 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일본 현지 가격(약 4,570만 원)보다도 약 100만 원 낮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 BYD도 이 전략에 동참했다. 상반기 국내에 첫 선을 보인 경형 EV ‘아토 3’의 기본형 가격을 3,150만 원으로,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낮게 책정했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중형 전기 세단 ‘씰(SEAL)’ AWD 모델 역시 4,690만 원에 선보여 일본 판매가보다 약 990만 원 싸게 내놓았다.

프리미엄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아우디코리아는 최근 완전변경된 A5와 Q5 모델의 국내 판매가를 이전 세대 대비 100만 원씩 낮춘 채 공급하고 있으며, 볼보코리아가 출시한 대형 SUV XC90 울트라 트림은 국내가 9,990만 원으로 유럽 시장 가격(1억4천만 원대)에 비해 4천만~5천만 원 저렴하다.


이 같은 가격 전략은 수입차 점유율 확대와 한국 소비자의 상품성 검증을 동시에 노린 포석이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 시장은 BMW(27.7%), 벤츠(23.6%), 테슬라(13.9%) 등 세 개 브랜드가 전체의 65.2%를 차지하는 ‘빅3 체제’다. 이외 브랜드들은 단일 점유율 6% 미만으로, 가격 경쟁을 통해 시장 진입 장벽을 허물고자 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는 디자인·주행 성능·내장 품질 등을 꼼꼼히 따진다”며 “국내에서 인정받아야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본사의 판단이 가격 인하 배경”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한국에서 최저가 전략을 펼치는 가운데, 수입차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고된다. 앞으로 소비자는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차량을 경험할 수 있게 됐지만, 업체들은 단기 매출 확대와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균형을 맞추는 과제도 함께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