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일본의 일자리 엑스포 박람회


인력난 속 기업들의 생존법

일본은 지금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젊은 인재 풀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기업들은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고용 전략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퇴사자를 다시 채용하는 ‘알럼나이’ 제도, 그리고 타 기업과 인력을 교류하는 ‘직원 맞교환’ 실험이 대표적이다. 과연 일본 기업들은 어떻게 이 위기를 돌파하고 있을까?

"다시 돌아오세요" – 퇴사자를 붙잡는 알럼나이 제도

과거의 퇴사자는 기업 입장에서 ‘돌이킬 수 없는 이탈자’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일본에서는 기업이 퇴사자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며, 그들을 ‘언젠가 다시 돌아올 인재’로 관리하는 알럼나이(Alumni) 제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퇴사자가 다시 회사로 복귀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여러 이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신입사원보다 업무 적응이 빠르고, 외부에서 새로운 기술과 경험을 쌓고 온 경우 기업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도 있다. 일본의 대기업들은 전직 직원을 위한 온라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채용 정보를 공유하고, 복귀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퇴사 사유를 가리지 않고 누구든 재입사할 수 있도록 하는 ‘웰컴백 채용’을 도입해 단기간 내 수백 명의 인력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업은 떠난 직원을 다시 맞이하면서 숙련된 인력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고, 직원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복귀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채용 전략을 넘어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혁신적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경쟁사를 경험하는 직원들, ‘맞교환’ 실험

퇴사자뿐만 아니라 현재 직원들의 활용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제 기업 간 인재를 공유하는 ‘직원 맞교환’ 실험이 시작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니와 히타치의 협업이다. 두 기업은 핵심 기술 분야에서 직원들이 서로의 회사에서 일정 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맞교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실험의 핵심은 직원들이 정규 근무 시간 외에 타 기업에서 일하며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은 내부 인력의 역량을 강화하면서도,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편 직원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본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이 실험은 처음 3개 회사에서 시작했지만, 효과가 입증되며 1년 만에 27개 기업으로 확대되었다. 직원 맞교환은 단순한 인력 운영 전략을 넘어, 기업이 내부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직원들의 성장을 돕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변화하는 인사제도, 한국 기업이 배울 점은?

일본 기업들의 변화는 인력난이 기업 운영 방식까지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때는 상상도 못 했던 ‘퇴사자의 귀환’과 ‘경쟁사와의 인력 교류’가 현실이 된 것이다.

한국도 머지않아 심각한 인력난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젊은 인구 감소로 인해 숙련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사례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첫째, 퇴사자를 ‘끝난 인재’로 보지 않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인적 자산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알럼나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퇴사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둘째, 직원들에게 다양한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 내부에서만 경력을 쌓는 것이 아니라, 외부 기업과 협업하며 새로운 기술과 경험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 문화 자체가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과거처럼 ‘평생직장’ 개념이 점점 사라지는 시대에는 직원들의 이동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업은 이를 막기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일본 기업들의 실험적인 인사 전략은 단순한 위기 대응이 아니다. 이는 인재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기업과 직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한국 기업들도 변화의 흐름을 주시하며, 인재 관리 방식에 대한 혁신을 고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