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초 연이은 폭염 속에서 택배기사 세 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현장 안전 대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국택배노동조합과 업계에 따르면, 이달 4일부터 8일까지 불과 닷새 동안 인천·서울·경기 지역에서 각각 A(43), B(51), C(53)씨 등 세 명의 택배 종사자가 작업 중 또는 복귀 직후 의식을 잃고 숨졌다.


사망 직전 이들이 근무했던 날의 최고기온은 35℃를 웃돌았고, 습도도 90%에 육박하는 등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다. 특히 첫 희생자 A씨는 오전 8시 30분경 분류 작업 중 “차에서 쉬겠다”고 말한 뒤 11시경 응급 처치가 불가능한 상태로 발견됐다. 두 번째 B씨 역시 출근 직후 구토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고, C씨는 배송 후 귀가 중 갑작스레 의식을 잃었다.

택배노조는 “무더위에 짐을 싣고 하루 2만~3만 보 이상을 걷고 뛰어야 하는 택배기사들은 열사병·심혈관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며 “기저질환자나 고령자 등 ‘약한 고리’부터 먼저 끊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서 배제된 택배기사가 이번 규정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지난 11일 ‘산업안전보건기준 개정안’을 통과시켜, 체감온도가 33℃ 이상인 작업장에서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된 택배기사들은 이 보호 기준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주요 택배사들은 자체적으로 혹서기 휴식권 보장 방안을 내놓고 있다.

· CJ대한통운: 모든 물류센터에서 ‘1시간 근무·10분 휴식’ 또는 ‘2시간 근무·20분 휴식’을 의무화하고, 작업 중지권을 부여했다.

· 한진택배: 대전 메가허브에 추가 냉방기를 설치하고, 온도가 33℃를 넘으면 ‘50분 근무·10분 휴식’ 원칙을 적용한다.

·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배송기사에게 반기별 최소 한 차례 원하는 계절에 쉴 수 있는 의무 휴무제를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망 사고를 계기로 택배기사도 정식 근로여건에 준하는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폭염이 한 달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부·업계·노조가 함께 참여하는 종합 안전 대책 마련이 더는 미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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