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8월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재단(이하 지원재단)’을 공식 출범시켜, 7년 이상·5천만 원 이하의 소액 장기 연체 채권을 매입·조정하는 이른바 ‘배드뱅크’ 제도를 본격 가동한다. 10월 중에는 은행·보험·캐피털사 등과 채권 매입 협약을 체결하고 연체 채권 인수에 나설 방침이다.


지원재단 설립을 주도한 금융위 관계자는 “113만여 명에 달하는 장기 연체 차주의 빚 부담을 낮추고, 이들이 제도권 금융에 복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추가경정예산 4천억 원, 금융권 출연금 4천억 원 등 총 8천억 원을 투입해 연체 채권을 매입하고, 실제 상환 여력이 없는 채권은 소각 조치하기로 했다.

현장에서는 정책 효과에 기대감을 내비친다. 서울시복지재단 금융복지센터 정은정 센터장은 “지난해 개인파산 신청자 데이터를 보면, 퇴직·실직 후 소득이 끊긴 50대 이상 기초생활수급자가 가장 많았다”며 “빚 탕감 외에도 재취업 지원과 생활 안정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해야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혁승 장기소액연체자 지원재단 이사장도 “연체자들을 계속 방치할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치는 손실이 크므로, 신속한 채무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도 운용 과정에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도박·유흥 관련 채무를 배제해 부도덕 채무 탕감을 막고, 외국인 채무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선별 기준을 강화하겠지만, 업권별 분담 비율 협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3분기 중 세부 방안을 발표하고, 분담 비율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위는 7월 14일부터 3주간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채무조정 기구 명칭 공모’를 실시한다. 최종 선정된 명칭은 정책 홍보와 이미지 제고에 활용될 예정으로, ‘희망리셋’ ‘재기지원플랜’ 등 다양한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금번 배드뱅크가 단순 채권 매입을 넘어 취약 차주의 경제적 재기를 돕는 종합 플랫폼으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