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신임 사무총장 마르크 뤼터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긴밀한 협의가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최근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이 거세지자, 서방 진영의 군사·인도적 지원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우크라 지원 위해 동맹국 압박”…뤼터의 공개 메시지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SNS(X)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동맹국들과 협력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러시아가 민간인을 겨냥한 무차별 공습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각국 지도자들에게 방공체계와 탄약 지원을 늘리도록 더욱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서방 각국 내에서도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우크라 지원 논의를 다시 결속시키려는 강력한 시도로 해석된다.

러시아의 무차별 공습, 서방의 대응 시험대

러시아군은 이번 주 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여러 도시를 향해 미사일 18발과 400대가 넘는 드론을 발사했다. 현지에서는 전쟁 이후 최악 수준의 대규모 폭격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면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대공방어 시스템(Patriot, NASAMS 등)을 추가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변화된 기류?

주목할 부분은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 변화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는 매우 강한 공격을 받고 있다”며 패트리엇 추가 지원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임기 초반부터 “돈 먹는 전쟁”이라며 우크라 지원 축소를 시사해 왔으나, 러시아의 공습이 극단적으로 거세지자 실제 군사적 지원 옵션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도 말레이시아 아세안 회의에서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 후 “대통령이 러시아의 유연성 부족에 실망했다”고 밝히며, 트럼프의 대러 전략이 보다 강경해질 조짐을 드러냈다.

나토의 시험대: 결속이냐 균열이냐

나토 입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이 결정적이다. 트럼프는 나토 방위비 분담 문제를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왔고, 재선 이후 미국의 역할 축소 우려도 팽배했다.

이번 통화 사실 공개와 뤼터의 압박은, 우크라 전선이 위태로운 시점에서 미국이 다시 '서방 리더'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외교적으로 유도하는 포석이기도 하다.

전망

러시아의 공격이 격화되고, 우크라의 방공망이 소진되는 시점에서 미국과 나토의 지원이 다시 전면적 이슈로 부상했다. 트럼프와 나토 수장의 직접 소통은, 동맹의 일관성과 응집력을 시험하는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이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추가 무기 지원을 승인할지, 나토 회원국들이 요구한 규모의 방공체계와 탄약을 얼마나 신속히 조달할 수 있을지가 전장의 향배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