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름이 ‘역사상 가장 뜨겁다’는 경고음을 냈다. 8일 서울의 낮 기온이 37.1도를 기록해, 1907년 기상관측 개시 이후 7월 초 기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폭염을 넘어 기후위기 현실이 일상으로 스며든 장면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서울만이 아니다. 경기 파주는 이날 40.1도를 찍으며 전국에서 7월 중 처음으로 40도 벽을 넘었다. 광명 역시 40도선을 돌파했다. 경남 밀양(39.2도), 대구(37.4도) 등 영남 내륙도 불가마가 따로 없었다. “낮엔 외출을 포기한다”는 시민의 말처럼, 바람조차 뜨거운 분지·내륙 지역은 고온이 빠져나가지 못해 열섬 효과가 극심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 극단적 더위의 배경에는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거대한 고기압이 있다. 이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눌러 담듯 정체시켜, 지표의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문제는 이 고기압이 쉽게 물러날 기세가 아니라는 점이다. 당분간 9일까지는 서쪽 내륙을 중심으로 비슷한 수준의 폭염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폭염의 인명피해도 심상치 않다. 보건당국 집계로 7월 들어 전국에서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약 1000명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밤낮 없는 더위에 열대야도 확산되면서 취약계층의 건강위험은 갈수록 커진다.

또 다른 문제는 전력 수요다. 폭염이 정점을 찍은 7일에는 최대전력 수요가 93.4GW로,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하면서 전력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후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발적 기상이변이 아니라 기후위기의 장기화된 신호로 본다.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지 않는 한, 한반도의 여름은 갈수록 길어지고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폭염특보 발령과 무더위쉼터 운영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걷는 것조차 고문”이라는 시민의 체감온도에 비하면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제는 폭염을 ‘재난’으로 보고 구조적·제도적 대응을 강화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